김남석 정치부 부장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한국인 2명 등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이 탑승한 구호선단이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사건을 거론하며 “너무 비인도적이고 심하다”라며 “법적 근거가 뭐냐”고 비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발부한 체포영장을 언급하며 “유럽 거의 대부분 국가가 자국 내로 들어오면 네타냐후 총리를 체포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느냐”며 “우리도 판단을 해보자”고 말했다. 생중계되는 공개 석상에서 외국 정상을 ‘전범’으로 체포하는 방안을 거론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4월에도 이스라엘방위군(IDF) 병사들이 팔레스타인인의 주검을 지붕에서 떨어뜨렸다는 2년 전 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 없다”며 맹비난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지난달 4일 한국 선사가 운영하고 한국인 6명 등 선원 24명이 탑승한 HMM 나무호가 이란 대함미사일에 피격된 사건에 대한 반응은 사뭇 달랐다. 피격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받았다”고 밝힌 것과 달리 정부는 “피격 가능성이 확실치 않다”며 ‘폭발·화재’ 표현만 썼다. 1주일 만인 10일 현장조사 후 ‘미상의 비행체 2기가 타격’ 사실을 발표하면서도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외교행낭까지 동원, 비행체 잔해를 한국에 가져온 지 12일 만인 지난달 27일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란제 누르 대함미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결론 냈다”고 밝혔다. 미사일 한 발이 불발돼 탄두 형태가 온전하고 엔진 부품에서 이란 제조사 각인까지 나왔지만 이란 공격이라고 발표하는 데 23일 걸렸다. 무엇보다 평소 세세한 사안까지 챙겨 ‘만기친람’ 수식어가 붙은 이 대통령은 나무호 피격 후 열린 지난달 12일 국무회의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수고하셨다”고 말했을 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는 ‘실용외교’를 표방해왔다. 국무조정실은 정부 출범 1년간 성과 중 하나로 실용 부문에 ‘미·중·일 3국과 정상외교 전면 복원, 실질 협력 강화’를 꼽기도 했다.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익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유연한 외교를 하겠다는 취지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국제법·인권을 강조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하다 한국 선박을 공격한 이란의 군사행동이나 인권 탄압에는 침묵하는 모습에서 장기 전략이나 기준을 찾기 어렵다. 가치외교를 표방하려면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실리외교를 하려면 철저하고 냉정한 계산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제된 언어로 발신하고 남발돼서는 안 된다. 결정권자의 즉흥적 판단·직관에 따라 외교 기준이 달라지면 국제사회 신뢰를 얻기도, 국민의 공감을 사기도 어렵다. 이강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한인회장은 지난달 20일 SNS를 통해 “대통령 한 명이 우방인 나라를 적으로 내모는 중”이라며 “자기 영해도 아니면서 지나가는 모든 배를 막아서고 공격하는 이란에 대해 한마디 단호하게 하면 어떨까”라고 꼬집었다. 실용외교도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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