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방선거에 부속된 개헌 투표

결국 실패했지만 당연한 귀결

발의도 좌절도 국민 관심 저조

 

단계적 개헌의 필요성 있지만

특정 政派 입장 치우쳐선 안 돼

독자적 로드맵과 공감대 중요

또 한 번 대한민국 헌법을 개정하려던 시도가 좌초됐다. 1987년에 제9차 개헌을 한 이후 수많은 헌법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개헌안의 발의까지 간 것은 3번 있었으며, 그 가운데 하나가 지난 4월 3일 범여권 국회의원 187명이 발의한 개헌안이다.

이 개헌안은 공고절차를 거친 이후 5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으로 투표 의원 수가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에 못 미치는 상황이 돼 이른바 ‘투표 불성립’으로 끝났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 이어 제1 야당과의 합의 없는 일방적 개헌안이 좌절된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5월 8일 개헌안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새 개헌안이 발의되지는 못했고, 이번 개헌안 발의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39년 만의 개헌 시도가 왜 실패했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더는 늦어서는 안 될 제10차 개헌의 성공 조건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개헌안 발의는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그 실패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그다지 뜨겁지가 않다. 그 결과 어쩌면 여당이 기대했을 야당의 반대로 개헌이 좌절된 것에 대한 국민의 비판조차 별로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이미 2018년 문 대통령 개헌안 발의 당시에도 제1야당의 협조 없이 일방적으로 개헌안을 발의했다가 그로 인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같은 일을 반복한 것은 국민이 개헌의 진정성을 의심하도록 만드는 부분이다.

둘째, 2017년 국회 개헌특위나 2018년 문 대통령 개헌안 발의 당시에는, 그 실질적 의미에 대한 논란은 접어두더라도, 국민 참여 개헌을 위해 국민 의사를 수렴하려는 노력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개헌안 발의 과정에는 국민 의사를 반영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볼 수 없었다. 그러면서 국민적 지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셋째, 39년 만의 개헌에 대해 국민이 기대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제9차 개헌에 버금가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이끌어 갈 헌법 개정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헌안의 내용은 도대체 무엇인가? 시대정신을 반영할 개헌의 핵심 사항들, 예컨대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복은 모두 피하면서 지엽적인 문제들만 몇 가지 들어서 개헌하자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물론 근 40년간 축적된 모든 개헌 사항을 한꺼번에 처리하자는 것은 그로 인한 정치권 및 국민 사이의 갈등을 매우 심각하게 만들고 오히려 개헌의 성공 가능성을 극도로 낮춘다는 점은 이미 2017년 개헌특위의 실패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단계적인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단계적 개헌이라 하더라도 핵심 사항들을 놓친 개헌이 돼서는 안 된다. 또한, 단계적인 개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헌의 핵심 사항들을 중심으로 분명한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 정파(政派)가 원하는 몇 가지 사항만 개헌한 이후에 또다시 40여 년을 기다려서 나머지 사항들을 개헌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그동안 6·3 지방선거를 개헌의 중요한 계기로 삼았던 것은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작용한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 개정의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할 때 지방선거에 부속돼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돌이켜보면 1987년 10월 27일 시행됐던 제9차 개헌 국민투표의 의미와 비중은 그 직후인 12월 16일 실시된 제13대 대통령 선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눈앞의 직접적인 영향만을 생각해서 개헌보다 대선을 중시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지방선거에 부속해서 헌법 개정을 하려고까지 한다. 이는 개헌의 시대적 소명을 너무 가볍게 평가하는 것 아닌가!

6·3 지방선거 이후의 개헌 시간표는 2년 후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나 4년 후의 대통령 선거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개헌을 통해 헌법질서를 정상화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正道)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1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