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시 제3국 이민자 추방 가능

트럼프식 강경 반이민 정책 확산

 

불법체류자 구금 최대 2년으로

입국금지 5년→10년으로 연장

강경우파 정치 세력 부상 흐름

이민 문제에서 비교적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던 유럽연합(EU)이 불법 체류자 추방을 강화하는 새 이민법안 도입을 추진하는 등 이민정책에서 큰 변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EU 밖 제3국에 이민자 ‘송환 허브’를 설치하고 불법 체류자 주거지 수색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다. 반(反)이민 정서 확산 속에서 선진국이 저개발국에 이민자를 보내는 이른바 ‘난민의 외주화(externalization)’가 본격화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식 강경 반이민 정책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북부 칼레 인근 해변에서 영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영국해협 횡단을 시도하는 이민자들의 고무보트 옆으로 프랑스 헌병대 보트가 접근해 감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프랑스 북부 칼레 인근 해변에서 영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영국해협 횡단을 시도하는 이민자들의 고무보트 옆으로 프랑스 헌병대 보트가 접근해 감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EU 이사회와 유럽의회 협상단은 이날 체류 자격이 없는 이민자의 추방 절차를 신속화하고 송환 규모를 늘리기 위한 새 ‘송환 규정’ 법안에 합의했다. 법안은 유럽의회와 회원국의 본회의 공식 승인 절차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발효될 전망이다. 오는 12일부터 외부 국경 심사 강화와 망명 절차 단축 등을 담은 ‘EU 이민·난민 협정’이 시행되는 가운데 이번 법안까지 더해지며 EU의 반이민 정책 기조는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안의 핵심은 EU 역외 제3국에 ‘송환 허브’로 불리는 추방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회원국이 비EU 국가와 협정을 맺으면 망명 신청이 기각된 이민자들을 EU 밖 시설로 보낼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출신국이나 명확한 연고가 있는 나라로만 송환이 가능했지만 새 법안은 이런 제한을 사실상 없앴다. 미성년자를 제외하면 자녀를 둔 가족도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

구금과 입국 제한도 대폭 강화된다. 송환 대기 중인 불법체류자의 최대 구금 기간은 현행 6개월에서 최대 2년으로 늘어나고, 안보 위협 인물로 분류되면 사실상 무기한 구금도 가능해진다. 입국금지 기간 역시 대부분 5년에서 10년으로 길어지며, 일부는 영구 입국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새 법안은 불법체류자의 ‘거주지나 관련 장소’ 수색도 허용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식 강경 단속과 비슷하다고 비판하며, 규정이 폭넓게 적용될 경우 가정집뿐 아니라 이민자 지원단체 사무실과 의료시설까지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복 절차도 바뀐다. 현재는 추방 대상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판결 전까지 추방 절차가 자동 중단되지만 새 법안이 시행되면 법원이 사안별로 추방 중단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EU의 반이민 정책 강화는 2015∼2016년 시리아 내전 등을 계기로 대규모 난민이 유럽으로 유입된 뒤 각국에서 반난민 정서와 강경 우파 정치세력이 부상한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유럽 정치권에서는 보수 진영이 강경 우파 세력의 지원 속에 강경한 이민정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일부 회원국은 이미 제3국 송환 허브 설치를 위한 협력국 물색에 나선 상태다.

성윤정 기자
성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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