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이멍구(내몽골)의 한 외딴 초원에서 양을 치는 직업에 700명이 넘는 구직자가 몰려드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극심한 취업난과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문화에 지친 중국 청년들이 도시를 탈출해 ‘자연 속 고립’을 자처하려는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시린하오터의 한 목장주가 지난달 말 SNS에 올린 양치기 2명 채용 공고에 전국 각지에서 700명 이상의 지원자가 쇄도했다. 해당 공고는 웨이보 등을 타고 단 몇 시간 만에 조회수 5900만 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업무는 약 2000헥타르(㏊) 규모의 광활한 초원에서 양 3000마리를 돌보는 것으로, 월급은 8000위안(약 177만 원)이다. 만약 부부가 함께 채용될 경우 월 1만6000위안(약 355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이는 중국 도시 민간기업 평균 월급인 6000위안(약 133만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원자들의 면면이다. 목장주 쭤샤오융 씨는 “지원자의 10%는 갓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었고, 절반가량은 1990년대생이었다”고 전했다. 2000년대생 Z세대부터 상하이의 번듯한 화이트칼라 직장인, 제조업 노동자까지 출신 성분도 다양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치기 열풍’의 이면에 중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병폐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90년대생들은 기업들이 35세 이상 구직자를 기피하며 정리해고의 타깃이 되는 이른바 ‘35세의 저주’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중국 특유의 악명 높은 ‘996 근무 문화’에 대한 극심한 피로감이 겹치며, 직장인들이 복잡한 도시를 떠나 단순하고 평화로운 목장 생활을 동경하게 됐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공식 실업률은 5% 수준이지만 불완전 고용 증가와 민간 부문의 임금 정체가 노동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낭만적인 기대와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목장주 쭤 씨는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30도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1년 내내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혹독한 환경”이라며 경고했다.
중국 청년들의 일자리 상황은 앞으로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여름 사상 최대 규모인 1270만 명의 대졸자가 좁은 취업문으로 쏟아져 들어올 예정인 데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기업들의 대대적인 비용 절감 움직임까지 맞물리면서 일자리 쟁탈전과 청년층의 ‘탈도시’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승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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