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백동현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백동현 기자

“위헌 결정 전 권리행사 장애” 전원합의체 법리 재확인

대법원은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가족이 2021년에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거듭 판단했다. 지난 1월 전원합의체 판례 이후 유사한 판단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위자료 청구가 늦어 권리가 소멸했다는 취지의 2심 판단을 깬 것으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 있었던 2021년 5월 27일부터 청구권 시점을 계산해야 한다고 봤다.

유가족들은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1990∼1991년 보상금을 수령했다. 이후 헌재가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의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부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고, 유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2021년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정신적 손해에 대한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 몫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유가족들의 위자료 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1심은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봤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위자료 청구권이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 2심은 피해자 가족의 위자료 청구권은 시효가 흘러 이미 완성됐다고 보고, 형제·자매 등 일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2심은 “가족들은 1990∼1991년 무렵 이 사건의 불법행위를 현실적,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보상금 지급 결정일로부터 3년이 훨씬 지난 2021년 11월 소송을 제기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위헌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가 존재한다”며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김대영 기자
김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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