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곡미풍
위화 지음┃백도라지 옮김┃푸른숲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의 첫 산문집이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 ‘원청’ 등의 소설에서 격동의 역사 속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려 온 작가가 이제 자신의 시간을 돌아본다. 1980년대 데뷔 무렵부터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40여 년을 회고한 책은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거장의 삶과 일상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일러준다.
“골짜기의 산들바람은 부드럽고 맑았다. 친근하고 상냥했으며(…) 안부를 전하는 듯했다.” 회상은 2024년 하이난에서 마주한 한 줄기 바람 덕에 시작된다. 책 제목이 된 바로 그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산곡미풍)’을 타고 수십 년 전으로 날아간 작가는 “과거의 삶을 기억하는 것은 다시 한번 사는 것과 같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의 풍경과 가족, 병원 생활, 문화대혁명 시기, 처음 아빠가 되었던 때, 문학을 사랑하게 된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거기엔 ‘친근하고 위대한’ 평범함이 있다.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통이 예고도 규칙도 없이 무수히 엉겨 있는 ‘상태’가 바로 삶이며, 그 복잡미묘한 곳 어딘가에 툭 떨어지는 게 바로 인간 존재라는 것 말이다.
“삶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줄 때 그것은 대부분 뚜렷하지 않아서, 우리는 받고 나서야 그게 무엇인지 똑똑히 볼 수 있다. 어떤 손 모양으로 이것을 받느냐에 따라 얻는 것도 달라진다.” 평범함은 ‘친근하고 위대한’ 진리를 품는다. 슈만의 ‘어린이 정경’을 듣던 작가는 초등학교 때 친구와의 탁구 경기를 떠올린다. 부친상을 당해 내내 울던 친구는 두 판을 연달아 이기고는 소리 내 웃는다. “그의 웃음소리가 내 기억 속에서 울릴 때마다 나는 삶의 굳건함에, 삶이 슬픔에서 기쁨을 잘라내 편집할 수 있음에 감동한다.” 작가의 ‘손 모양’은 그때 이미 정해졌는지 모른다. 248쪽, 1만8000원.
박동미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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