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과거에는 정기 채용을 통해 청년을 뽑아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했다. 최근 100인 이상 기업은 정기 채용(6.6%)보다 수시 채용(70.8%)과 수시와 정기 채용을 병행(22.6%)해서 인력을 뽑는다. 그리고 업무 수행 능력을 가장 중요한 채용 기준으로 삼는다. 인공지능(AI)을 업무 효율화와 생산성 증대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경력 사원을 선호한다는 지표다.

AI 시대에 청년들의 취업 기회는 줄었으며, 그 결과 청년고용률은 계속 감소·악화했다. 특히, 경력 사원 중심의 채용은 청년들의 주된 일자리로의 취업 시기를 늦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취업 포기까지 유발된다.

AI는 단순하며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엄밀하게 말해, AI는 업무를 대신 하는 것이지 일자리 자체를 바로 대체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업무를 수월하게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 AI를 개발했다. 공교롭게 일자리 감축의 원인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청년들의 업무와 일자리가 AI에 의해 줄어드는 사례도 많지만, 그 반대 경우도 빈번하다. 자신의 인간지능(HI)과 인공지능을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청년들은 주위에 많다. 그런데도 채용시장에서 청년들은 외면당하고 있다. AI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청년 채용 악화의 또 다른 이유가 분명 있다. 바로 경직적 노동시장이다.

‘신입 사원을 뽑으면 최소 30년간 고용해야 한다. 향후 30년 동안 기술은 수차례 발전할 것이다. AI로 인해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도 월급은 매년 올려줘야 한다. 사람 뽑는 것이 두렵다’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법적 정년 60세까지 보장되는 고용 안정성(또는 고용 경직성)과 생산성·성과와 무관하게 매년 임금이 상승하는 경직적 임금체계(호봉제)가 청년취업 감소의 핵심 원인이다. 또한 ‘정기 채용보다 수시 채용된 경력 사원들이 정년과 임금 협상에 훨씬 개방적이며 유연하다’는 말도 경청해야 한다.

호봉제 임금체계에서(특히 중장년) 근로자들은 새로운 기술과 업무를 습득할 동기부여가 없다. 새로운 AI 기술을 활용하는 지식을 습득해 더 나은 업무 방식을 고안하더라도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반대로 AI 기술을 습득하지 않아도, 업무 능력이 부족해도, 업무 성과가 낮아도 정년까지 정해진 임금을 받는데 굳이 힘들게 직장 생활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위와 같은 고임금과 편안한 혜택은 청년들에게 엄청난 비용으로 전가(轉嫁)됐다. 바로 청년들이 처한 ‘고용 빙하기’이다.

23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내는 청년고용률 43.3%, 전체 실업률보다 2배 높은 청년실업률 7.7%, 지난해보다 14만6000명 줄어든 청년 일자리, 그리고 70만 명의 2030 청년이 ‘그냥’ 쉬고 있다. 취업 활동에서 맞이하는 좌절과 포기는 노력 부족 때문이 아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어느 다른 세대보다 열심히 노력하며 일자리를 갈망하는 유능한 인재다. 일하기를 희망하는 모든 청년에게 일할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청년들이 그냥 쉬는 것은 효과적 인력 활용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낭비다. AI 시대에 더 많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최선이 바로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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