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회경 국제부장
트럼프, 친환경 발전 중국 경계
中, 공급망 장악으로 이득 독식
보조금 통해 시장 지배력 강화
희토류 수요는 환경 오염 심화
원전 강화와 재생에너지 제한
산업 발전 수반돼야 지속가능
“유럽, 풍차를 멈춰라(stop the windmills).”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스코틀랜드를 방문했을 당시 풍력 발전 단지를 겨냥해 던진 독설이다. 풍력 발전기들이 자신의 스코틀랜드 골프장 미관을 해친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풍력 발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적이 있는 데다 석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선호, 수시로 설화를 일으켜 관심을 유발하는 개인적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풍력 발전 반대에는 개인적·미관적 이유 못지않게 중국의 풍력 발전 공급망 장악 역시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작용했다. “풍차는 거의 다 중국에서 만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발언은 그 증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기후변화 대응 혹은 친환경 정책은 우리 시대의 디폴트가 됐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넷제로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한국을 비롯해 각국에서 시행 중인 재생에너지·전기차 보조금 지원 등 각종 친환경 정책은 지구를 구한다는 고귀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중국 산업만 살찌우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전기차, 태양광 발전, 리튬이온 배터리 등 자국 친환경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조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과잉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덤핑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2025년 기준으로 글로벌 풍력 발전 시장(신규 설치 기준)에서 중국 골드윈드는 1위를 달리고 있고 중국 엔비전이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윈디(Windey), 밍양, SANY, CCRC 등도 10위권 안에 포진돼 있다. 비중국 기업으로는 덴마크 베스타스, 독일·스페인 합작 지멘스 가메사, 미국 GE 버노바 등이 그나마 버티고 있을 뿐이다. 영국 에너지컨설팅회사 우드 매킨지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8%에 달한다. 중국에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내준 유럽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힐난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태양광 발전은 더하다. 현재 글로벌 태양광 패널 시장의 약 90%는 중국에 의해 장악돼 있다. 특히, 진코 솔라, 룽지 그린에너지, 트리나솔라, JA솔라, 퉁웨이 등 중국 상위 5개 회사가 55%를 차지한다.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덩치를 불린 기업들이 앞다퉈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다. 정부 보조금이란 안전장치까지 장착한 채 말이다.
희토류 문제도 심각하다.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프라세오디뮴 등은 고성능 영구자석을 만드는 핵심 소재인데 전기차, 풍력 발전 터빈 등에 필수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넷제로 시나리오에서 2040년까지 희토류 수요가 3∼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재생에너지·전동화 정책은 희토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이는 정제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 심화로 연결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한다. 더욱이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은 이를 활용해 관련 국가들을 수시로 압박하고 있다.
중국 국내에서 석탄 발전소를 계속 짓고 해외로는 친환경 제품을 수출하는 이중 플레이를 고려하면 중국을 겨냥한 친환경 정책의 수정은 불가피하다. 기후 변화 대응도 중요하지만, 국가 경제를 파괴하고 안보를 위협하는 도구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중국 제품에 ‘제조 과정 탄소 배출’을 엄격히 반영한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미국·한국·일본 등 동맹국 간 친환경 무역 동맹을 결성해 공동 규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호주·캐나다 등 우방들과 희토류, 리튬 등 핵심 광물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국내 생산에 강력한 세제 혜택을 주되 중국 기업 참여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가장 현실적인 저탄소 에너지는 원자력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보완 역할로 제한해야 한다. 무조건적 보조금 대신 국내 기술 개발과 일자리 창출 실적이 있는 기업에 집중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념적 그린’ 아닌 ‘현실적 그린’이다. 공급망 안보, 산업 경쟁력, 에너지 안정을 향한 균형 잡힌 접근만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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