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일 오전 1549.2원까지 치솟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중동 종전 협상의 교착, 브로드컴 쇼크로 외국인들이 한국 반도체 주식을 집중 매도하는 등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다. 지난달 무역흑자가 269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한 달 동안 당국이 외환보유액 8억8000만 달러를 쏟아부어 방어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환율은 경제의 체온계다. 원화 약세의 근본 원인은 한·미 간 금리 격차에다 경제 펀드멘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올리면서도, 내년 전망치는 1.9%로 봤다. 반도체 호황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치솟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의 에너지 충격은 1970년대 오일쇼크의 두 배”라고 경고했다. 세계적 ‘스파이크플레이션’ 조짐도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어난다’는 낡은 패러다임부터 버려야 한다. 수입물가를 자극해 가계와 중소기업·자영업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환율·물가·금리의 3고(高) 현상을 두고 “불가피한 성공의 비용”이라 강변한 것은 안이한 인식이다. 복합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2년 전 이재명 당시 야당 대표가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자 “국가경제 전반에 위기가 현실화됐다”며 당 대표실에 상황판까지 내걸었던 기억을 잊어선 안 된다. 7월부터는 원·달러 외환시장의 24시간 거래도 시작된다. 당국은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환 투기 세력이 설치지 못하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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