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 학내 커뮤니티에 관련 사안에 대한 ‘온라인 대자보’가 게시되는 한편 총학생회 차원에서 대응에 나설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5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일부 대학 게시판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에 따른 재선거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여론조사와 총학생회 차원의 대응 여부에 대한 희망 조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 4일부터 재선거 희망 여부 투표가 이뤄지고 있고, 연세대에서는 총학생회 차원의 대응 촉구 실명 성명서 게시 이후 이에 동참하는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이날 자정쯤 고려대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회는 학생회관 총학생회실에서 제16차 임시회의를 열고 ‘현 시국에 대한 대응’ 안건을 심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울 지역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 대응 방향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브리타임 고려대 게시판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판하는 글이 연이어 게시되고 있다.
자신을 보건정책관리학부 20학번이라고 밝힌 한 재학생은 “명백한 국가 기관의 무능이며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박탈한 중대한 하자”라며 “절차적 흠결이 치명적인 투표함을 그대로 개표소로 가져가겠다는 발상은 선거의 정당성과 신뢰도를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관위가) 발생한 사태에 대해 숨김없이 진상을 조사하고 유권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며 “부실 관리된 투표 용지의 처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에브리타임에도 비슷한 취지의 글이 다수 게시됐다.
연세대 에브리타임에는 ‘우리는 이한열의 후배다’를 제목으로 하는 글이 호응을 얻었다. 자신을 전기전자공학부 22학번이라고 밝힌 학생은 “투표는 선관위가 국민에게 베푸는 혜택이 아니다. 국가가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권리”라며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불편과 차질을 겪었다면 그 원인과 책임은 분명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한열의 후배다. 그렇기에 묻는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표는 온전히 보장됐나. 국민의 참정권은 충분히 보호받았나”라면서 “39년 전 선배들이 외쳤던‘ 한열이를 살려내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외친다. 한열이를 살려내라”라고 글을 맺었다.
서울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한 온라인 대자보에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끝까지 투명하게 밝히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며 “투표하지 못한 시민들의 권리를 어떻게 회복할지 진영을 떠나 정직하게 따져야 한다”는 내용이 글이 담겼다.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연석회의 관계자는 시국 대응 계획에 대해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추후 대응 계획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양대학교 학생들도 온라인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수많은 희생 위에 세워졌다”며 “참정권 침해 논란이 발생한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학교는 “좌우를 떠나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문제”라며 선거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지선 당일 서울 송파·강남·광진구 등 7개동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선관위는 “투표권을 행사해 민주주의에 참여하고자 투표소를 방문하신 유권자에게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 드려 크나큰 책임을 통감한다”며 “개표가 종료되면 즉시 이번 사안에 대한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민단체가 지난 3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현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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