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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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을 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일정이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이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시구자로 마운드에 오르고 강남 PC방을 누빈 그가 숨 가쁜 하루의 마침표를 찍은 곳은 다름 아닌 치킨집이었다. 유별난 친화력을 앞세운 파격 행보의 이면에는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SK), 첨단 소재 및 로봇(두산), 소프트웨어(크래프톤·엔씨소프트) 생태계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전차에 단단히 묶어두려는 치밀한 셈법이 깔려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오후6시 50분쯤 서울 강남구의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했다. 지난 5일 마포구의 한 고깃집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한 지 불과 이틀 만의 재회다. 엔비디아 측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성사된 이날 만남에서 두 사람은 자리에 앉자마자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생맥주 잔을 부딪쳤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간 외부에 알려진 것만 무려 7번째 만남으로, AI 시장의 핵심 파트너인 두 사람의 굳건한 ‘깐부(단짝)’ 관계를 대내외에 재확인한 셈이다.

이날 만남은 단순한 친목 도모를 넘어선다. SK 측에선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했고, 엔비디아 측에서도 가족이자 로보틱스 마케팅 수석 이사인 매디슨 황이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6세대 HBM(HBM4)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물론,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을 투입하는 ‘AI 팩토리’ 등 AI 데이터센터와 통신 인프라를 결합한 전방위적 생태계 구축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치킨집 회동에 앞서 황 CEO가 보여준 낮 동안의 궤적 역시 엔비디아의 미래 전략과 정교하게 맞닿아 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프로야구 경기에 엔비디아 창립 연도를 뜻하는 등번호 ‘93’번 유니폼을 입고 시구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두산 창립 연도(1896년)를 상징하는 96번 유니폼을 입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만나 야구장 접견실에서 환담을 했다. ㈜두산이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핵심 소재인 하이엔드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하고 있고, 두산로보틱스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먹거리인 ‘피지컬 AI’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만큼 소재부터 로봇 하드웨어에 이르는 동맹을 공고히 한 것이다.

황 CEO는 강남 한복판의 PC방 두 곳을 연달아 찾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조우했다. PC방 유저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경품을 추첨하는 쇼맨십을 선보였지만, 본질은 K-게임사들이 주도하는 소프트웨어 역량과의 결합이다.

이승주 기자
이승주

이승주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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