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선관위 고위직의 총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견제받지 않는 선관위의 권한을 통제하기 위한 ‘헌법개정’ 필요성까지 거론하며 사태 수습의 판을 키웠다. 다만 시위대와 보수진영 일각에서 분출하는 ‘재선거’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선거가 아닌 부실선거”라며 뚜렷한 선을 그었다.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생 단체 대표들과 마주 앉은 김 총리는 이번 사태를 “이해할 수도, 용납될 수도 없는 참정권 침해이자 민주주의 기본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며 “개인적 의견으로는 선관위의 일정 이상 고위직은 다 물러나야 할 사안”이라고 맹폭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거듭 강조한 그는 수사당국의 개입은 물론, 필요시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수용하겠다는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시민참여형 진상규명 기구의 제안이다. 김 총리는 “국민 중 일정한 대표들을 자발적 참여에 의해 구성해 공론화위원회 등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내일 당장 가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거리로 쏟아져 나온 성난 청년 민심을 제도권 내의 투명한 공론장으로 끌어들여 다독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총리는 선관위 사태의 근본 원인을 인적 과실을 넘어선 ‘제도적 결함’으로 지목하며 화살의 과녁을 넓혔다. 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 선거 관리 권한을 독점하면서도 감사원 등 외부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 선관위의 기형적 구조를 꼬집은 것이다.
그는 “무소불위 수준에 가까운 독립성이 오히려 국민의 정당한 감시와 견제로부터 어긋나는 역설을 낳았다”며 “이 선의를 제대로 지켜주려면 원칙적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한 실무진 문책을 넘어, 성역화된 선관위의 위상 자체를 재설계하겠다는 정권 차원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뇌관인 ‘재선거’ 촉구에는 명확한 선을 그었다. 김 총리는 이번 사태를 “부정선거라기보다 부실 선거, 부실 선관위의 문제”라고 성격을 명확히 규정했다.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것은 선관위의 행정적 무능 탓이지, 특정 정파가 선거 결과를 조작하려 한 시스템적 부정확성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어 “재선거 절차는 법원의 판단을 통해 결정되는 사안”이라며 “투표용지 부족이 많았던 서울의 경우 투표용지 문제와 상관없이 이미 당선자가 결정된 상태인데, 재선거가 타당한지 또 당선자 측이 이를 수용할지는 별도의 문제”라며 현실적인 불가론을 폈다.
진상규명에는 특검과 개헌까지 거론하며 선관위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면서도, 승리한 선거를 엎고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재선거론은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여권의 정교한 셈법이다. 청년들의 분노에 깊이 공감하며 “이 문제가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자”고 당부한 김 총리의 호소가, 겉잡을 수 없이 타오르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의 불길을 잡는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이승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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