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중국의 월드컵 진출사는 절망의 역사다. 중국 축구의 국제무대 진출은 1971년 중국이 대만을 대신해 유엔 회원국이 된 뒤 1979년 국제축구연맹(FIFA)에 재가입하면서 시작됐는데 본선 진출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유일하다. 중국은 FIFA 가입 즈음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대대적인 문호 개방을 했지만, 축구만큼은 구태에 빠져 변화를 이뤄내는 데 실패했다는 말을 듣는다. 그나마 2002 FIFA 본선 진출도 축구 강국인 한·일이 주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한 덕분에 생긴 어부지리 기회였는데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3전 전패했다.

중국 국가대표축구팀은 월드컵 지역 예선전에서 대부분 탈락해 한·중 간 A매치는 드문 편이다. 우리 팀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전에서 중국에 1 대 0으로 승리한 데 이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3 대 2로, 그리고 2026년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때도 3 대 0과 1 대 0으로 이겼다. 축구 때문에 중국엔 ‘공한증(恐韓症)’까지 생겼다. 11일 개막되는 북중미 월드컵은 본선 진출이 48개국으로 늘어 중국 대표팀의 참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는데, 중국은 3차 예선까진 진출했으나 ‘죽음의 C조’에서 5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축구팬이다. 그는 부주석 시절이던 지난 2011년 “월드컵 본선 진출과 월드컵 개최 및 우승이 세 가지 소원”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주석 취임 후 13년이 지나도록 소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본선 진출이 2002년 이후 연속 실패한 상황에서 우승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다. 그나마 가능한 것이 월드컵 개최인데,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30년은 모로코-포르투갈-스페인, 2034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월드컵이 개최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이 월드컵 꿈을 사실상 접으면서 월드컵을 띄우는 열기도 사라졌다”고 평했다. FIFA가 당초 예상액의 5분의 1에 불과한 6000만 달러(약 910억 원)에 중국미디어그룹(CMG)과 방송 계약을 한 것도 그런 배경인 듯하다.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걸고 중국 넘버 원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여 온 시 주석이 축구만큼은 힘으로 안 된다는 점을 깨달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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