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사회부 차장
2017년 개봉한 영화 ‘더 킹’에 등장하는 검사는 권력의 화신이다. 박태수(조인성)와 한강식(정우성)은 자신이 든 칼을 사용해 정적을 제거하고 부와 권력을 누린다. 여권 머릿속에 박혀 있는 검찰의 모습이다. 그들이 해체를 주장해 온 ‘정치 검찰’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반면, 드라마 ‘검사내전’에서 그리는 검사는 사뭇 다르다. 한 지방 소도시에 모인 그들은 권력 투쟁과는 거리가 멀다. 쌓여 있는 사건 처리에 신음하는 직장인이면서도, 검사의 사명을 다하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제 권력을 좇던 불나방 같은 검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목표로, 힘 빼기에 매진해 온 결과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여전히 검사를 한강식처럼 인식하며 ‘검사=악’이라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을 앞두고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등 관련 정부 부처와 여당에서는 보완수사 폐지를 전제로 보완수사요구권을 검토하고 있다.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법을 처리할 당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강경파인 김용민 의원 등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시민주도 형사소송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형소법 개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건 송치 부활 및 검사 보완 수사 반대를 재차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심지어 보완수사요구권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여권은 중요한 질문을 계속 외면하고 있다. 제도의 변화로 가장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이고 가장 고통을 받는 자는 누구인가? 개혁의 부작용은 충분히 확인됐다.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되고, 처리가 늦어지고, 심지어 ‘암장’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피해자 등이 이의신청을 해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지난해에만 1130건이다. 경찰이 피의자나 참고인을 찾을 수 없다며 수사를 중지한 사건은 2021년 8만5858건에서 지난해 12만4454건으로 늘었다. 그런데도 여권은 경찰권을 통제할 방안에는 무관심하다. 장애인권법센터 대표인 김예원 변호사는 “한마디로 ‘범죄자가 살판나는 신형사소송법’”이라고 비판했고,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시민이 반대하는, 시민을 무시하는, 시민을 위험하게 만드는 개정안”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한 검사는 형사제도가 ‘중국화’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근거로는 검경수사권 조정 때 도입된 경찰의 불송치 결정과 검찰의 보완수사요구를 들었다. 공안(경찰)의 권력이 비대하고 검찰이 공안을 통제하지 못하는 중국 상황이 한국에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검찰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중국 제도를 공부하면 된다”고 자조했다. 입법자들이 검찰 개혁 과정에서 중국 제도를 참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그리는 형사사법제도의 이상향이 설마 중국이겠나.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의 사법제도는 계속 퇴보하며 사법 후진국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실재하는지도 불분명한 괴물을 잡겠다며 억울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던 ‘검사내전’ 속 검사를 사지로 내모는 일을 개혁이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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