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랠리에 급제동이 걸리며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5일 미국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0% 넘게 폭락하면서 8일 서울 증시도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코스피는 개장 직후 8% 넘게 떨어져 7000대로 주저앉았다. 진앙인 브로드컴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뉴욕 증시 시가총액은 1조3000억 달러나 증발했다. 반도체시장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실망감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환시장의 동반 충격이다.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 속에 원·달러 환율이 1560원까지 치솟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중동 사태로 인한 달러 강세에다 미 고용지표 호조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친 결과다. 여기에 외국인들은 20거래일 연속 69조 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1∼4월 경상수지 흑자 1026억 달러의 70%가 빠져나간 셈이다. 고위 당국자의 “3고(高)는 성공의 비용”이라는 언급도 원화 약세를 용인하는 시그널로 작용했다.
한국은 순(純)채권국인 만큼 당장 외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가장 취약한 경제 구조라는 것을 외면해선 안 된다. 가계와 중소기업은 물가 상승 압력과 수입 원자재 비용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다. 증시 역시 급증한 ‘빚투’와 레버리지 ETF가 맞물려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최악 상황이 우려된다.
‘환율 급등→외국인 주식 매도→환율 추가 상승’의 악순환 고리부터 끊어내야 한다. 외환시장에 이미 내성이 생겨 구두 개입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게 “원활한 대미 투자를 위해 방파제가 필요하다”며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2008년과 2020년에도 통화 스와프가 환율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증시와 환율 발작을 가라앉히려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카드가 필요하다. 정교한 논리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에 총력을 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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