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마련된 6·3 지방선거 개표소 앞에서 7일 시위대가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8일 오전 밤샘 시위를 한 일부 참가자 모습. 연합뉴스, 백동현 기자, 그래픽 = 전승훈 기자
“12·3 비상계엄보다도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더 현실적인 공포로 느껴져 시위에 참여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인근에서 ‘참정권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2030세대는 선거가 끝난 지 닷새째인 8일 오전에도 출근과 등교까지 미루며 아침 일찍부터 시위를 이어 가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2030세대는 한목소리로 “불공정을 고치기 위해 현장에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부터 시작돼 전날(7일) 한때 2만5000여 명까지 운집했던 잠실 개표소 앞 시위는 이날 오전에는 월요일 출근이 시작되며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현장에 남아 시위를 하고 있다. 학교 수업도 포기하고 전날 밤 12시부터 밤을 새웠다는 대학생 김모(25) 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명하게,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했어야 했다”면서 “기본적인 참정권이 침해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텔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석모(26) 씨도 “개인적으로 보수 성향이지만 전국 단위 재선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2030세대의 분노에는 기성세대와 현 체제에 대한 불신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불만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제난과 취업난 등으로 미래 역시 불투명한 점이 청년층을 거리로 나오게 했다는 것이다. 청년고용률은 2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상황도 불만이 커지는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2011년 미국에서 발생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처럼 이번 시위도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과격 행동을 보인 참가자를 제외하면 시위가 대체로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어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핸드볼경기장 맞은편에서 지난 6∼7일 열린 ‘2026 위버스콘 페스티벌’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참정권 시위를 지켜본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젊은 시위대의 평화로운 외침이 인상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중국인 리나(여·22) 씨는 “선거 때문에 벌어진 시위라는 것을 알게 됐다. 평화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젊은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성숙한 시민 의식이 느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