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정원부터 화훼산업까지…유물 115점 조명

‘양화소록’·화조도 병풍…꽃에 담긴 선조들의 삶

부귀와 장수, 다산을 기원했던 민간의 생활문화를 꽃과 새를 통해 보여주는 ‘인두화조도 10폭 병풍’. 국립농업박물관 제공
부귀와 장수, 다산을 기원했던 민간의 생활문화를 꽃과 새를 통해 보여주는 ‘인두화조도 10폭 병풍’. 국립농업박물관 제공

꽃은 언제부터 감상의 대상을 넘어 농업이 됐을까. 조선시대 궁중 정원에서 시작된 화훼 문화가 생활과 산업으로 확장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농업박물관은 우리 화훼 농업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첫 소장품전 ‘손끝에서 핀 나날의 꽃’을 오는 9일 개막한다고 8일 밝혔다. 박물관 개관 이후 처음 선보이는 소장품 기획전으로, 서적·도자기·회화 등 유물 115점을 통해 꽃이 우리 삶 속에 스며들어 농업과 문화, 산업으로 발전한 과정을 소개한다.

전시는 ‘가까이 머물다’, ‘울타리 안에서 피우다’, ‘손끝에서 피우다’ 등 3개 주제로 구성됐다. 조선시대 궁중 화훼를 관리하던 관청인 장원서(掌苑署)의 기록부터 생활 속 꽃 문화, 현대 화훼산업의 성장 과정까지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대표 전시품으로는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과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서인 ‘양화소록’이 수록된 ‘진산세고’가 소개된다. 특히 양화소록은 조선 전기의 문인 강희안(姜希顔·1417~1464)이 꽃과 나무를 기르는 방법을 정리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꽃을 단순히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재배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봤던 당시의 원예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꽃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보여주는 유물도 눈길을 끈다. ‘책가도 8폭 병풍’은 꽃을 학문적 수양과 이상향의 상징으로 표현했고, ‘인두화조도 10폭 병풍’은 꽃과 새를 통해 부귀와 장수, 다산을 기원했던 민간의 생활문화를 담고 있다. 꽃이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삶의 가치와 소망을 담아내는 상징물로 활용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꽃의 실용적 가치도 확인할 수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다양한 꽃의 약학적 효능이 기록돼 있는데, 이는 꽃이 관상용을 넘어 약재로도 활용됐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화훼산업의 뿌리를 농업과 생활문화, 의학의 접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시만의 특징이다.

박물관은 전시와 연계해 민화 전문가 정병모 한국민화학교장과 장경희 전 한서대 교수의 특별 강연도 마련했다. 또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와 협력해 전시 기간 매주 생화를 전시장 입구에 전시할 예정이다.

오경태 국립농업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박물관 소장유물을 통해 우리 화훼 농업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자 기획했다”며 “유물에 담긴 선조들의 정성을 바라보며 일상 속 꽃의 가치를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5일까지 계속된다.

장상민 기자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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