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아브라모비치 통했으나 푸틴 거절
젤렌스키, 지속적으로 정상회담 타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 구단 첼시의 전(前) 구단주인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타진했지만, 러시아 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아브라모비치를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불러 푸틴 대통령에게 회담 의사를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이후 푸틴 대통령에게 관련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러시아 측은 정상회담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한 포럼에서 “기업계 인사 한 명을 만났다”며 “그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FT는 이 발언이 아브라모비치를 가리킨 것으로 해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4일에도 푸틴 대통령 앞으로 첫 공개서한을 보내 휴전과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측 관계자는 FT에 아브라모비치를 통해 전달된 비공개 메시지도 공개서한과 비슷한 취지였지만 표현 수위는 다소 낮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쟁 지속을 비판하며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고, 러시아가 북한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해당 서한이 “다소 무례했다”며 “실질적인 회담보다는 오히려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조건을 만들기 위한 문서처럼 보였다”고 반발했다.
FT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인명 피해 증가와 전선 공세 둔화를 협상 동력으로 기대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결국 러시아가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어 협상 자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출신 석유 재벌로,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영국 내 제재 압박 속에 2022년 구단을 매각했다.
또 전쟁 초기였던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비공식 협상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했으며, 최근 러시아와 미국 간 직접 협상 국면에서도 포로 교환 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러시아인이 아브라모비치”라며 “그는 다양한 진영과 모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또 다른 아브라모비치 측 인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인적 카리스마를 통해 정상회담에서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하지만 그런 방식은 푸틴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크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무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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