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곡 만들고 사람이 연주
‘공존’ 실험하는 국악관현악단
AI가 노래하고 공동 진행까지
▲ 의학 기술에서 ‘영감’을 받다
안무가의 난임 시술 경험 바탕
‘촉수적 감각’화두로 무용실험
▲ AI가 흉내못낼 인간다움 탐구
안무가 박호빈, ‘오지랖’ 조명
아날로그적 인간성 되짚어 봐
▲ 기계가 넘볼수 없는 경험·감정
‘앰비언트 뮤직’ 창시자인 이노
예술의 역할·마음의 독립 강조
인공지능(AI)이 작사·작곡에 노래까지 하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콘서트, 몸으로 겪은 의료기술 경험에서 다시 몸을 돌아보는 공연, AI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다움’에 천착하며 차별화를 부각하는 무대가 6월 잇달아 선보인다. 방향은 제각각이지만 이 무대들은 ‘기술이 창작의 영역마저 넘보는 시대, 공연예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AI와 인간의 협업은 어디까지
인문학 콘서트 ‘공존(共存)’은 이 질문에 가장 직접적으로 답하려는 시도다. 로봇 지휘자 ‘에버6’를 국내 최초로 국악관현악 무대에 올렸던 2023년 공연 ‘부재(不在)’가 “인간 지휘자 없이도 되는가”를 물었다면, 이번에는 “AI와 인간이 어떻게 함께 창작할 수 있는가”로 질문이 바뀌었다. 생성형 AI 음악 스타트업 포자랩스가 10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5편의 국악관현악 신작을 만들었다. 오프닝곡 ‘데이터의 발아’는 관객 설문으로 수집한 감정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탄생한 곡이고, ‘알고리즘 아리랑’은 전승된 아리랑 데이터를 AI가 재구성한 뒤 편곡자가 완성했다. ‘그대라는 기적’에서는 AI가 작사·작곡에 이어 노래까지 직접 부른다.
무대를 진행하는 것도 AI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전용 AI 페르소나로 개발된 ‘지음(知音)’이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공동 사회를 맡아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지휘자 정예지는 AI가 만든 악보 위에 인간 연주자만의 호흡을 얹는 역할을 한다. 오는 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몸으로 겪은 기술과의 상호작용을 무대로
국립현대무용단이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재공연하는 ‘내가 물에서 본 것’은 안무가 김보라가 3년간 난임 클리닉에서 직접 겪은 보조생식기술(ART)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2024년 초연 당시 이 작품이 던진 화두는 의료기술 안에서도 여전히 주변부에 놓이는 몸, 기계와 접속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나는 몸의 취약성이었다. “몸은 어디까지 나인가”라는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과 페미니스트 과학기술학의 시각을 무용 언어로 옮겼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재공연에서 김보라는 ‘촉수적 감각하기’를 화두로 삼는다. 서로 접촉하고 분리되고 다시 연결되는 몸의 움직임을 통해 작품은 인간의 몸이란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타인과 환경과 소리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임을 탐구한다. 기술을 비판하거나 찬양하는 대신, 기술과 얽힌 몸의 감각 자체를 응시한다.
◇기술의 반대편에서 순수한 ‘인간다움’ 탐구
반면, AI에 정면으로 맞서는 무대도 있다. 오는 19, 20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안무가 박호빈의 ‘오지랖 OZ_Rap 2.0’이 그렇다. 제로포인트 모션 창단 30주년 신작이다.
박호빈의 관점에서 AI와 오지랖은 처리하는 정보의 양은 비슷하지만 아웃풋 방식은 전혀 다르다. AI는 효율적이고 정제된 결과를 내놓는 반면, 인간의 오지랖은 좌충우돌하고 넘치고 엉킨다. 그는 바로 그 비효율 속에 AI가 끝까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본다. 절제되고 정제된 움직임 대신 버려진 춤사위와 무의미한 동작들을 오히려 무대 위로 소환한다.
작품은 두 편으로 구성된다. 내향적인 어린 부부가 삶의 우여곡절 속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소품과, 디지털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는 ‘라떼 세대’의 분투기. 박호빈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 인간성의 가치를 되찾으려는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설명한다.
◇“예술은 작품이 아니라 경험”
앰비언트 뮤직의 창시자이자 데이비드 보위, U2, 콜드플레이와 작업해온 전설적인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는 최근 신간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알에이치코리아)에서 같은 시대를 향한 다른 각도의 답을 내놓는다. 그는 예술을 ‘감정의 시뮬레이터’라고 부른다. 그래서 이노는 “AI가 더 많은 것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예술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고 말한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마음의 독립’이다. 알고리즘이 취향을 설계하고 생성형 AI가 창작물을 쏟아내는 시대,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지켜내는 힘이야말로 예술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AI와 협업하든 AI에 맞서 비효율의 가치를 외치든, 지금 공연예술계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이노의 답이다.
박세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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