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Window - 美 ‘동상 철거·복원’ 놓고 찬·반 역사논쟁

 

“억압 상징” 철거된 콜럼버스像

트럼프 집권뒤 ‘복원’ 연방소송

“아메리카 발견 부인 못할 업적”

 

시저 로드니·로버트 리도 복원

“인종차별 · 학살 과오” 반발 거세

국경일 · 군사기지 명칭도 논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 설치한 아메리카 대륙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  AP 연합뉴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 설치한 아메리카 대륙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정부 당시 미 각지에서 흑인노예 소유나 원주민 학살 등을 이유로 대거 철거됐던 유럽 탐험가·미 건국의 아버지·남부군 장군 등 위인들의 동상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거세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올해 미 건국 250주년을 맞아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일부 지역에서 동상을 복원하면서 정치권 ‘역사 논쟁’도 격화하고 있다. 동상 건립·복원에 찬성하는 측은 미 대륙 발견·독립전쟁 활약 등 위인들의 업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이들의 인종차별적 과오를 현대의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각지에서 다시 등장한 위인 동상들= 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최근 미국에서 바이든 전 정부 시절 철거된 위인 동상들을 되살리기 위한 소송과 로비가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난 4월에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단체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시청에서 지난 2020년 철거된 유럽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 복원을 요구하는 연방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소속의 앤드루 긴터 콜럼버스 시장은 동상 철거의 근거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원주민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이들의 문명을 파괴한 과오를 꼽으며 콜럼버스의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선물 받은 해당 동상이 “가부장제, 억압, 분열”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번 복원 소송을 주도하는 시민들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은 부인할 수 없는 그의 업적이라면서 “침묵하던 다수가 이제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동상들이 대거 철거된 후인 지난 2025년 들어선 트럼프 정부 역시 미 건국 250주년인 올해를 맞아 이 같은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행정명령을 통해 철거된 동상들을 검토하고 부당하게 철거됐다고 판단될 경우 복원하도록 지시했다. 이 같은 행정명령 직후 트럼프 정부는 지난 2020년 볼티모어주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반발한 시위대가 파괴한 콜럼버스 동상의 복제품을 수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 설치했다. 해당 복제품 설치 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기증한 이탈리아계 미국인 단체에 보낸 감사 편지에서 “콜럼버스는 가장 용감하고 선견지명 있는 인물 중 하나”라고 칭송했다.

시저 로드니 동상.  미 국립공원관리청 홈페이지
시저 로드니 동상. 미 국립공원관리청 홈페이지

또 최근 미 내무부는 미 독립전쟁 영웅이자 1776년 미 독립선언문에도 서명했던 건국의 아버지인 시저 로드니의 동상을 워싱턴DC 프리덤 플라자에 복원했다. 해당 동상 역시 과거 로드니의 고향인 델라웨어주에 설치됐다가 그가 노예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철거됐었다. 지난해 12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전쟁영웅이었던 로버트 리를 기리는 기념비가 시 각지에 설치되기도 했다.

◇“흑인노예 소유 등 인종차별적 과오 수용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일부 역사적 과오가 있는 위인들의 동상들을 공공장소에 설치·복원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니콜 무어 미국 공공역사위원회장은 “인간은 복잡하다. 그러나 인종차별은 복잡하지 않다”고 말했다. 역사적 인물을 복합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흑인 노예 소유 등 인종차별과 원주민 학살 등 명백한 과오를 범한 인물들을 기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로버트 리의 기념비가 설치됐던 찰스턴의 시 역사위원회 내 유일한 흑인 위원인 윌모트 프레이저는 해당 기념비들을 ‘흉물’이라고 표현하며 해당 기념비를 설치한 이들이 노예 소유 불법화를 반대했던 ‘남부 연합’을 부활시키려는 음모를 꾸미는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로버트 리 동상.  AP 연합뉴스
로버트 리 동상. AP 연합뉴스

또 엘리자베스 바론 버지니아대 역사학과 석좌교수는 지난해 타임지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연합의 상징물을 노골적으로 부활시킨 것은 적어도 그가 암묵적으로 과거 노예 소유주들의 무모하고 파괴적인 전술에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연합 인사들을 기리는 데 집착하는 것은 그들의 정치관을 암묵적으로 따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경일·군사기지 명칭 등 점점 커지는 미 ‘역사논쟁’= 이 같은 역사 논쟁은 위인 동상을 넘어 국경일이나 군사기지 명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근 뜨거워지고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1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콜럼버스의 날(10월 12일)에 ‘원주민의 날’을 함께 기념하는 대통령 선언을 발표했고, 이후 퇴임 전까지 매년 이 같은 선언을 내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을 교체한 후 콜럼버스를 ‘원조 미국 영웅’이자 ‘서구 문명의 거인’으로 표현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원주민의 날에 관한 언급을 삭제했다. 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남부 전쟁영웅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가 바이든 정부 시절 교체된 군사기지 시설의 명칭을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에 대해 민주당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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