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천영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장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중심의 산업구조가 본격화되면서 전력반도체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전략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탄화규소(SiC)와 질화갈륨(GaN) 등 광대역갭(WBG) 전력반도체는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우수한 성능을 제공하며 차세대 전력변환 기술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전력반도체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분야의 효율 향상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이끄는 핵심 기술로, 우리나라 역시 기술 자립과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력반도체 산업의 궁극적인 경쟁력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신뢰성’에 있다. 일반 반도체가 속도와 집적도 향상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 온 반면 전력반도체는 내전압 특성, 에너지 효율, 고온 환경에서의 신뢰성 확보가 핵심이다.
다만 기존 반도체 성능평가는 고온 동작, 고온·고습, 온도 사이클 등 개별 조건 중심으로 수행돼 실제 운용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전기차 인버터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원장치와 같이 고온·고전압·고속 스위칭이 동시에 요구되는 환경에서는 복합 스트레스에 따른 열화와 고장이 발생할 수 있어 보다 고도화된 평가체계가 필요하다.
SiC는 650V∼10kV 이상의 고전압 환경, GaN은 100∼650V 수준의 전압 환경을 고려한 평가가 요구된다. 또한 수십∼수백 암페어(A)에서 모듈 기준 수천 A에 이르는 대전류 조건과 150∼200도 수준의 고온 환경, 고주파 스위칭 특성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복합 신뢰성 평가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
따라서 산업 전반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공공 기반의 시험·평가 인프라와 전력반도체 테스트 하우스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내는 기업과 연구·개발(R&D) 역량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전문 테스트 하우스는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반면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생산·패키징·테스트가 연계된 산업 구조를 기반으로 글로벌 후공정 허브를 구축하며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경기 수원시에 시스템·전력반도체를 아우르는 첨단 시험·평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기업 지원을 선제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수원 거점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 수요 산업과 연계해 WBG 전력반도체의 성능 및 신뢰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대학·연구기관과 협력해 설계·공정·신뢰성(고장분석)·생산을 아우르는 전주기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에너지, 방위산업 등 국가 핵심 분야와 직결된 전략 자산이다. 시험·평가 인프라와 테스트 하우스 구축은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과제이며, 기술 상용화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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