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지방선거는 전국 단위 3대 선거 중 가장 비싼 선거다. 국가 재정 부담(보전금+보조금) 규모로 보면 대통령 선거보다 4배, 국회의원 선거보다 3배가량 더 든다고 한다. 6·3 지방선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쓴 선거 비용은 최소 1조 원이다. 투·개표소 운영 및 공보물 배송 등 선거 관리에 4500억 원, 후보자 득표율에 따라 선거 비용을 돌려주는 보전금(득표율 15% 이상 전액, 10% 이상∼15% 미만 절반) 5300억 원, 각 정당 선거 보조금 570억 원 등이다. 4227명의 지역 일꾼이 선출됐으니 1인당 평균 최소 2억3600만 원 이상 든 셈이다. 득표율 미달로 보전금을 받지 못한 후보자 매몰 비용도 수천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고비용 구조 속에서 돈을 거의 쓰지 않고 당선된 무투표 당선자가 511명에 달한다. 전체 지방 일꾼의 12% 수준이다. 이들에 대해선 투표용지가 아예 인쇄되지 않아 찬반 표시조차 할 수 없다. 선거운동도 금지돼 자신을 알리고 싶어도 알릴 수 없고, 공보물 발송도 안 된다. 경기 시흥시장, 광주 서·남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3명과 지방 광역 의원 109명, 기초 의원 399명이 이런 ‘무경쟁’ ‘깜깜이’ 선거로 뽑혔다. 기초단체장은 약 1억3000만 원, 광역 의원은 8000만 원, 기초 의원은 5300만 원의 연봉이나 의정비를 받는다.
무투표 당선을 놓고 헌법(제24조)이 보장한 참정권 침해 논란이 거세다. 무투표 당선이 없는 대통령 선거와 형평성 문제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행정의 효율성과 무투표 당선이 되기까지의 과정 역시 민주적 절차의 결과’라며 무투표 당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무투표 당선제는 특정 정당 우세지역에서 질 것을 예상한 상대 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지역 독점을 공고하게 만든다. 후보들은 유권자가 아닌 중앙당 눈치를 본다. 결국, 민주주의를 왜곡한다.
최근 서울 등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참정권 보장 시위 열기가 뜨겁다. 이들은 “참정권이 침해당하면 앞으로 더 많은 기본권이 무시당할 수 있다”고 한다. 무투표 당선제도 마찬가지다. 일정 비율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당선이 확정되는 최소 투표제를 도입하거나 중대선거구제를 확대하는 등 무투표 당선을 줄이는 보완책을 강구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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