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형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법 관심

좋은 질문에서 좋은 답 나오고

이해력 있어야 좋은 질문 가능

 

유명한 사람과 전문가 큰 차이

SNS 영향으로 위험성 더 커져

독립성·전문성·다양성 따져야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어떻게 하면 챗GPT를 잘 사용할 수 있느냐”이다. 많은 사람이 더 강력한 모델이나 더 비싼 서비스를 찾는다. 하지만 정작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질문이다. 똑같은 AI를 사용해도 어떤 사람은 놀라운 답을 얻고, 어떤 사람은 실망스러운 답을 얻는다. 그 차이는 질문의 수준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놀라운 답을 얻기 위해서)도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무엇을 AI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어떤 답변이 중요한지, 제시된 내용에 오류는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질문 자체가 피상적일 수밖에 없고, 결국 얻는 답변의 수준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좋은 답은 좋은 질문에서 나오고, 좋은 질문은 해당 문제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

이 원리는 전문가를 찾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업마다 활용하는 외부 전문가들의 수준 차이가 큰 경우를 종종 본다. 어떤 기업은 매우 훌륭한 전문가들과 함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어떤 기업은 전문가라고 소개받은 인물들의 전문성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좋은 전문가를 곁에 둔 기업들은 해당 분야를 스스로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좋은 전문가를 알아보려면 먼저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명성이나 직함에 의존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 진짜 전문가보다 전문가처럼 보이는 인물을 만날 가능성이 더 크다. 가짜 전문가는 진짜 전문가보다 훨씬 찾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으로 이러한 현상은 한층 더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 연구 성과나 현장 경험보다 팔로어 수와 조회 수가 전문성의 척도처럼 받아들여지는 풍조가 만연하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거나 사회관계망(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사실이 해당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는 방식, 즉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강한 주장을 반복하고,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방식은 진짜 전문성과 정반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 대중적 인지도는 전문성의 결과일 수는 있어도 전문성 그 자체는 아니다. 유명한 사람과 전문가를 혼동하는 순간, 중요한 의사결정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위험이 커진다.

기업 차원에서도 심각한 이 문제는 국가 차원으로 올라가면 그 결과가 훨씬 더 광범위하고 돌이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국가 정책의 실패로 이어져 사회 전체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과학기술·경제·교육 등의 분야에서 한번 잘못 설정된 방향은 수년, 때로는 수십 년 동안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자리가 실제로 어떻게 채워지고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전문성보다 인맥과 영향력으로 주목받는 사람은 없는지, 권력에 필요한 정당성을 제공하는 역할에 머무르는 사람은 없는지, 특정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자나 이해관계자가 위원회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대로 비판적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후보군에서 배제되는 일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전문성은 물론이고 독립성과 다양성도 함께 갖춰졌을 때 비로소 그 자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가 위촉한 전문가들이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 없다면, 그들은 자문가가 아니라 정책 홍보대사에 불과하다. 진정한 전문가는 권력에 순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정부 또한 자신에게 불편한 의견을 들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생성형 AI에서 좋은 답이 좋은 질문으로부터 시작되듯, 좋은 정책은 좋은 전문가로부터 시작된다. 우리 사회에 전문가를 쉽게 믿지 않는 풍토가 있다면,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은 진정한 전문가가 제대로 등용되지 못한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좋은 전문가는 전문가를 알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을 때 비로소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다.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인재의 수만이 아니다. 진짜 전문가를 알아보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능력과 제도가 결국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한보형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한보형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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