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강남구·경찰청·한국도로공사가 9일 오전 경기 구리시 구리남양주 톨게이트(판교 방향)에서 자동차세, 과태료, 통행료 등 체납차량에 대한 합동 단속을 실시한 가운데 관계자들이 자동차세를 체납한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전세원 기자, 인천=지건태·울산=곽시열·광주=김대우 기자
3.5t 화물트럭 차주 A 씨는 서울 시내 버스중앙전용차로를 12차례나 위반했지만 과태료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차량 등록지가 경기도인 탓에 서울시 단속망을 피해 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와 관계기관의 합동 단속을 통해 톨게이트에서 적발된 A 씨는 10년 넘게 밀린 과태료 113만 원을 현장에서 모두 납부했다.
자동차세와 과태료, 고속도로 통행료를 체납한 채 도로를 이용하는 이른바 ‘얌체 차량’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실시돼 주목된다. 서울시는 9일 자치구·경찰청·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서울 진입로 톨게이트와 시 전역에서 체납 차량 합동 단속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날 단속에는 180여 명의 인력과 차량 40대가 투입됐다. 주요 대상은 △자동차세 2회 이상 체납 차량 △과속·신호위반 과태료 30만 원 이상 체납 차량 △고속도로 통행료 20회 이상 미납 차량 등이다.
상습 체납 차량이 도로를 버젓이 운행하는 배경에는 제도적 허점도 자리하고 있다. 현행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징수를 위탁하는 ‘징수촉탁’ 규정이 없어 체납 차량이 관할 지역을 벗어나면 단속과 징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A 씨 사례도 이 같은 사각지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 체납 규모도 적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과속·신호위반 등으로 발생한 서울경찰청의 누적 과태료 체납액은 지난해 말 기준 1925억 원에 달한다. 지난 4월 기준 서울 등록 차량 약 316만 대 가운데 자동차세 체납 차량은 16만 대(5.1%)이며, 체납액은 3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총 체납액은 2600억 원이 넘는다.
이에 각 지자체는 단속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10년 동안 4300만 원을 체납한 한 법인의 차량 운행 실태를 추적해 지방에서 해당 차량을 강제 견인한 뒤 공매를 거쳐 체납액으로 징수했다. 인천시도 지난달 시·군·구 세무 공무원 50여 명이 참여한 합동 단속을 통해 체납 차량 120여 대의 번호판을 영치했으며, 오는 9월 추가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도 체납 차량 추적에 활용되고 있다. 울산시는 2023년부터 공영주차장 출입 차량의 번호판을 자동 인식해 체납 여부를 실시간 확인하는 ‘공영주차장 체납차량 영치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광주시는 5개 자치구와 함께 오는 25일 ‘체납차량 번호판 영치의 날’을 운영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습 체납자가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단속 직원이 체납 차량을 직접 찾아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시스템을 통해 차량 위치와 이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적발 차량은 공매 처분 등을 통해 체납액을 환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