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된 참정권 시위가 5일째 이어진 9일 오전 참가자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6·3 지방선거 무효를 주장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문호남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2030세대의 분노가 전국 대학가로 확산하고 있다. 연세대 등 서울·광주 지역 12개 대학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예고한 가운데, 영남권과 충청권, 호남권 대학들까지 선거 공정성 훼손과 참정권 침해 규탄 행렬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불공정에 분노한 젊은 세대들이 본격 행동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분노가 단순한 정치적 입장 표명을 넘어 ‘공정’과 ‘기회의 균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9일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과 호남 지역 12개 대학 총학은 6·10 민주항쟁 기념일인 10일 오후 6시 각 캠퍼스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집회를 개최한다. 참여 총학은 연세대를 비롯해 건국대·고려대·경희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숭실대·전남대·한국외대·홍익대 등이다. 이들은 시국선언에서 △국정조사·특별검사를 통한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국가기본권 침해 구제 대책 마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조개혁 △시민 참여형 개혁 감시기구 설치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지방대학들도 시국선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부산대·국립부경대·동아대·경성대 총학생회도 최근 잇따라 성명을 내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구에서도 경북대·영남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 등 주요 대학 총학생회와 학생자치기구, 단과대학이 선관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인천에서도 인하대·인천대·경인교대 총학생회가 공식 SNS를 통해 성명을 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민참정권 침해와 직무유기를 비판했다.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재선거를 촉구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부산시선관위는 이날 공식 사과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북구 화명1동 제7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선거인 12명이 10~15분가량 대기했으며, 부산에서는 모두 9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추가 송부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과거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 등에서 나타났던 청년 세대의 ‘성취주의’ 성향과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거는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기회가 보장돼야 하는 대표적인 영역인데, 젊은 세대는 이러한 기회의 균등과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인식할 때 강한 박탈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층의 보수화 경향은 존재하지만, 이를 정치적 진영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높은 민감성의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도 “해당 갈등을 진영 논리, 정치적 관점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