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金·習 정상회담 내용 분석
과거 언급하던 ‘비핵화’ 쏙 빼고
美견제·국제질서 재편 공동 대응
혈맹 복원하고 협력 제도화 신호
북러·북중 역할분담도 뚜렷해져
사열하며 걷는 두 부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8일 7년 만에 평양을 방문하면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는 사라지고 ‘전략적 협력’이 전면에 등장했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전략적 협조 관계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로 규정했고, 중국은 국경 재개방과 경제협력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북·러 군사협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북·중 관계까지 전략적 수준으로 격상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 결과를 전하며 “조중친선의 불변성을 뚜렷이 과시하고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적 협조 관계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역사적인 계기”라고 평가했다. 통신이 공개한 정상회담 결과에는 ‘전략적 사업’ ‘전략적 조정’ ‘전략적 협력’ ‘전략적 의사소통’ ‘전략적 관계’ 등 ‘전략적’이라는 표현이 5차례나 등장했다. 반면 과거 북·중 정상회담에서 빠짐없이 언급되던 ‘비핵화’ 표현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중 관계가 과거 혈맹 복원 수준을 넘어 대미국 견제와 국제 질서 재편에 공동 대응하는 전략 동맹 성격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전승절) 계기로 진행된 북·중 정상회담의 연장 선상에 있다는 평가다. 베이징 회담이 양국 관계 복원을 선언한 자리였다면 이번 평양 회담은 양국 관계가 전략·경제협력으로 제도화하는 단계에 들어갔음을 보여 준다. 양국은 정치·경제·문화 분야 교류 확대와 고위급 왕래 강화를 통한 전략적 의사소통 확대에 합의했는데, 특히 경제 분야에 집중한 모양새다. 시 주석 방북에 왕이(王毅) 외교부장, 둥쥔(董軍) 국방부장 외에 중국 지도부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사실이 이를 보여 준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북·러와 북·중 협력의 역할 분담 구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연장을 거부하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감시 체계를 약화시키며 군사적·외교적 지원으로 북한을 후원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경 교류 확대와 경제협력 강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상황이다.
‘비핵화’ 이슈가 다뤄지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핵 무력을 국가 목표로 내세운 상황에서 중국이 ‘조선식 사회주의 위업’ 전반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은 현재 북한 핵무장 상태를 기정사실화한 채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반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중국이 북한 핵 보유를 인정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선형 기자, 이정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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