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의 전략적 교착과 종전의 정치학

트럼프가 승리보다 협상을 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트럼프가 승리보다 협상을 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트럼프는 왜 승리보다 협상을 선택했는가

2026년 6월 9일 현재 중동은 이상한 전쟁을 경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고, 이란은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을 향한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 역시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한 채 오만과 파키스탄 등을 통한 간접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따로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이란 핵시설과 군사시설을 직접 공격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에 자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추가 군사행동을 경계하며 종전협상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항모전단과 ISR(정보·감시·정찰) 자산, 전략폭격기와 해상통제 능력은 이란이 상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승리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란은 승리할 수 없는 전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패배하지 않고 있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필자는 그 이유를 새로운 형태의 전략적 상호작용에서 찾고자 한다.

미국은 ‘능동적 현존 함대(AFIB·Active Fleet in Being)’, 즉 현장에서 실제 질서를 집행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현존 위협(TIB·Threat in Being)’, 즉 실제 봉쇄를 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봉쇄할 수 있다는 위협 자체로 비용과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승리의 비용 때문에, 이란은 패배의 위험 때문에 서로를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상태를 ‘전략적 교착(Strategic Stalemate)’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그리고 지금 트럼프가 선택하고 있는 것은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바로 이 전략적 교착을 관리하고 협상으로 전환하려는 정치적 선택일 수 있다.

현재 호르무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니다. 그것은 21세기 해양 억제전략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전쟁의 승패보다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이기도 하다.

이란이 트럼프의 제안을 거부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이란이 트럼프의 제안을 거부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 이란은 왜 트럼프의 제안을 거부했는가

현재 트럼프와 이란의 종전협상은 타결 직전과 재교착 사이를 반복하고 있다. 미국은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핵시설 제한을 요구하고 있고, 이란 역시 제재 완화와 경제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종 합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이란이 미국의 제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오만 채널을 통한 역제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강경 노선의 연장으로 해석하지만,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에 가깝다.

현재 이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핵시설 자체가 아니라 ‘농축권 유지’다. 이란 입장에서 농축권 포기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주권과 체제 정당성의 문제다. 따라서 미국이 요구하는 농축권 제한은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협상 레드라인에 해당한다.

반면 미국 역시 물러서기 어렵다. 수개월 동안 군사적 압박과 경제제재를 동원해온 상황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협상을 마무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소한 핵 프로그램 제한과 호르무즈 정상화라는 가시적 성과를 확보해야 한다.

결국 양측은 모두 협상을 원하면서도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란이 협상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란이 전면 대결을 원했다면 협상을 중단하고 군사적 대응을 확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미국 제안을 거부하면서도 새로운 역제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오만과 파키스탄 등 제3국 채널을 통한 대화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 이란의 목표가 승리가 아니라 협상력 유지에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이러한 협상력의 핵심 자산이다.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는 여전히 이란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략적 카드다. 미국이 해협 정상화를 원할수록 이란의 협상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 협상의 본질은 전쟁의 연장이 아니라 협상력의 경쟁에 가깝다.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압박하고 있고, 이란은 농축권과 호르무즈라는 전략적 자산을 활용해 협상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구조가 오늘날 호르무즈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략적 교착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트럼프가 이스라엘과 이란에 자제를 요청하는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트럼프가 이스라엘과 이란에 자제를 요청하는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 트럼프는 왜 이란과 이스라엘을 동시에 말렸는가

최근 중동 정세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뿐 아니라 이스라엘까지 공개적으로 자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동맹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다소 이례적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고, 이란은 핵 문제와 지역 패권 경쟁을 둘러싼 주요 대립 상대였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이란의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의 행동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해서는 추가 확전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공격 확대 역시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중재자의 역할을 넘어 전쟁 자체의 통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트럼프의 전략적 목표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전쟁 초기 트럼프의 목표는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적 능력을 약화시키고, 호르무즈 해협을 정상화하며, 지역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트럼프는 새로운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했고, 국제 유가와 해상보험료, 물류비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군사적으로 열세인 이란도 완전히 굴복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 확전은 트럼프에게 새로운 부담만 안길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이란에 대한 공격을 확대한다면 이란 역시 보복 수위를 높일 것이고, 종전협상과 호르무즈 정상화는 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트럼프가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을 동시에 자제시키는 이유는 단순히 평화를 원해서가 아니다. 현재 그가 추구하는 것은 더 이상의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협상을 통한 안정화에 가깝다. 이는 미국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 우위를 승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경제적 비용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트럼프가 관리하려는 것은 전쟁 그 자체가 아니라 전쟁의 끝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호르무즈의 전략적 교착은 군사적 문제를 넘어 정치적 문제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III. 승리보다 비싼 승리

많은 사람들은 현재 중동 상황을 보면서 트럼프가 왜 보다 강력한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미국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항모전단과 상륙강습전단, ISR 자산, 전략폭격기, 정밀유도무기, 해상통제 능력 등 거의 모든 군사적 지표에서 이란을 압도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필요하다면 이란의 주요 군사시설과 핵시설에 더욱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최근 군사적 승리보다 협상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승리가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승리의 비용이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 전쟁에서 비용은 전장의 군사적 손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호르무즈와 같은 전략 공간에서는 에너지 시장, 해상 물류, 공급망, 금융시장, 국내 정치까지 모두 비용의 일부가 된다.

실제로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수록 이란 역시 기뢰 위협, 드론 공격, 상선 위협, 해상교통 차질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는 미국 해군을 직접 격파하지 않더라도 국제시장에 상당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우세할수록 오히려 유지해야 할 질서의 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패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미국은 여전히 해상과 공중에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그 우위를 결정적 승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유가와 물류비는 상승하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미국 내부의 정치적 부담도 함께 증가한다.

트럼프가 최근 이란뿐 아니라 이스라엘까지 자제시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추가 공격은 단기적으로 군사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종전협상과 호르무즈 정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결국 현재 트럼프가 직면한 문제는 군사력의 부족이 아니다. 승리는 가능하지만 그 승리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호르무즈 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전략과 비용의 경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교착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교착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V. 호르무즈의 전략적 교착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현상은 승패가 아니라 교착이다. 전통적인 군사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다소 의외의 결과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항모전단과 상륙강습전단, ISR 자산, 전략폭격기, 해상통제 능력을 통해 이란을 압도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제한된 재래식 전력과 비대칭 전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개월 동안 이어진 충돌은 미국의 결정적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고, 이란 역시 패배하지 않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필자는 그 원인을 AFIB와 TIB의 충돌에서 찾고자 한다. AFIB(Active Fleet in Being)는 단순히 함대가 존재하는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특정 해역에서 질서를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능력과 필요 시 이를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실행의지를 함께 갖춘 상태를 의미한다. 현재 미국은 호르무즈에서 전형적인 AFIB를 구현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TIB(Threat in Being)를 활용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 정면 대결을 통해 승리할 수는 없지만, 기뢰·드론·고속정·해안미사일·상선 위협 등을 활용해 언제든지 호르무즈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주고 있다. 실제 봉쇄를 하지 않더라도 봉쇄 가능성 자체만으로 상당한 전략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 전략이 동시에 작동할 때 발생한다. AFIB는 질서를 유지하고 집행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지만, 이를 결정적 승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치적·경제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TIB는 미국을 군사적으로 패배시키지는 못하지만, 승리를 달성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결국 양측은 서로를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하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미국은 승리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승리의 비용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란은 승리할 능력은 없지만 상대의 승리 비용을 계속 증가시키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상태를 ‘전략적 교착(Strategic Stalemate)’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것은 전통적인 의미의 균형 상태와는 다르다. 군사력은 결코 균형적이지 않다. 미국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그러나 비용과 위험을 포함한 전략적 환경 전체를 고려하면 어느 쪽도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형성된다.

현재 호르무즈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바로 이러한 전략적 교착의 대표적 사례다. 그리고 바로 이 전략적 교착이 트럼프로 하여금 승리보다 협상을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는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트럼프가 추구하는 종전의 정치학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트럼프가 추구하는 종전의 정치학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V. 종전의 정치학

전쟁은 군사력으로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쟁은 결국 정치로 끝난다. 현재 호르무즈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란 역시 완전한 굴복을 거부한 채 자국이 가진 전략적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측의 움직임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제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하면서도 협상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오만과 파키스탄 등을 통한 간접 협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역제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는 동시에 협상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의 행동이다. 최근 트럼프는 이란뿐 아니라 이스라엘까지 공개적으로 자제시키고 있다. 레바논 남부 공격 확대가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해서도 추가 확전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중재자의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쟁 초기 미국의 목표는 핵능력 무력화와 이란의 군사적 능력을 약화시키고 호르무즈를 정상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략적 교착이 형성되면서 트럼프의 관심은 승리 자체보다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이란의 완전한 굴복이 아니다.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 재개방, 국제 에너지 시장의 정상화, 공급망 회복, 그리고 전쟁의 정치적 종료다. 이는 미국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압도적인 우위를 가진 국가일수록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감당해야 할 비용도 더욱 커질 수 있다. 호르무즈는 단순한 전장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핵심 동맥이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가 선택하고 있는 것은 군사적 승리의 확대가 아니라 전략적 교착의 관리라고 볼 수 있다. 전쟁을 계속하는 것보다 협상을 통해 관리 가능한 안정 상태를 만드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호르무즈에서 나타나고 있는 종전의 정치학이다. 군사적 우위가 반드시 결정적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승리를 추구하는 것보다 전쟁을 적절한 시점에 마무리하는 것이 더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트럼프가 하고 있는 일은 바로 그러한 선택에 가깝다.

호르무즈 해협의 교훈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호르무즈 해협의 교훈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에필로그 : 호르무즈의 교훈

호르무즈 전쟁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은 결정적인 승리를 만들지 못했고, 상대적으로 열세인 이란 역시 패배하지 않았다. 전쟁은 수개월 동안 계속됐지만 어느 한쪽도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했다.

전통적인 군사력 비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다. 필자는 그 원인을 AFIB와 TIB의 상호작용에서 찾고자 했다. 미국은 현장에서 실제 질서를 집행할 수 있는 AFIB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란은 비용과 불확실성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TIB를 활용했다. 그 결과 양측은 서로를 완전히 압도하지 못한 채 전략적 교착 상태에 들어가게 됐다.

그리고 바로 그 교착이 협상을 불러왔다. 오늘날 트럼프가 추구하는 것은 더 이상의 군사적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호르무즈 정상화와 에너지 시장 안정, 그리고 관리 가능한 질서의 회복에 가깝다. 이란 역시 승리보다 체제 생존과 협상력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전쟁은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니었다. 그것은 21세기 해양안보 환경에서 군사적 우위와 비대칭 전략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 중요한 사례였으며, 전쟁의 승패보다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호르무즈는 언젠가 다시 열릴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이 남긴 교훈은 오래 남을 가능성이 크다. 미래의 해양 경쟁은 더 강한 함대를 보유하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질서를 집행하려는 힘과 그 질서의 비용을 증가시키려는 힘이 끊임없이 경쟁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호르무즈 전쟁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승리의 기술이 아니라, 전략적 교착을 협상으로 전환하는 정치의 기술이었는지도 모른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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