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우울증 약을 먹고 호전 중입니다. 이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지 고민입니다. 약 3개월 전부터 우울한 기분이 나아지지 않고 계속해서 부정적인 생각만 들었습니다. 시험 준비를 하느라 고생하긴 했지만, 시험이 끝난 후에도 증상은 좋아지지 않아 우울증 진단을 받고 복약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우울한 생각이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고, 집중력도 다시 좋아졌습니다. 문득 제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본의 아니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습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 애인 등 소중한 사람들에게 제가 우울증 치료 중이란 것을 말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A : 말하지 않아도 돼… 치료에 집중하는게 더 중요
▶▶ 솔루션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당신의 몫이자 권리입니다. 이러한 질문의 뒤에는 언제나 비슷한 긴장이 있습니다. 타인에게 알리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과 비난받고 오해받을까 봐 두려운 마음. 이 두 개의 마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대인관계에서 내 속마음을 어디까지 말할 것인가와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마음이 내 안에만 머물지 않고 세상 속에서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소통하기를 원합니다. 반면에 내 마음이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타인에게 전달될 때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합니다.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은 당신이 반드시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보가 아닙니다. 고혈압 환자가 혈압약을 먹는다는 사실을 반드시 모든 지인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없듯, 정신건강에 대한 치료 역시 당신의 사생활입니다. ‘숨긴다’가 아니라 ‘공개하지 않는다’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비밀과 사생활은 다른 것입니다. 나의 사생활을 타인에게 알려야 할 당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직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알리기로 결정했다면, 대화 상대를 고를 때 신중해야 합니다. 이 사람이 어떻게 반응할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사람, 당신의 이야기에 조언이나 판단을 하기 전에 먼저 들을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을 떠올리기 바랍니다. 모두에게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한 사람에게만 말해도 충분합니다. 반대로 알리지 않기로 했다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치료는 당신이 스스로를 돌보는 행위입니다.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은 당신을 정의하는 행위가 아닌 당신이 무너지지 않고 하루를 보내기 위한 노력입니다. 노력을 증명할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말하느냐 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입니다. 증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 그 방향이 맞습니다. 회복 과정에서 주변에 알리는 문제는 급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충분히 안정됐을 때,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권순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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