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이전 개교 중·고교 대상 조사
총 121개교 중 32개교서 발굴, 추가 가능성 높아
안동=박천학 기자
경북교육청은 중·고등학교 학적부 조사를 통해 6·25전쟁 당시 학업을 중단하고 전장으로 향했던 학도병들로 추정되는 기록 615건을 발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1951년 이전 개교한 중학교와 1953년 이전 개교한 고등학교 가운데 지난 4월부터 32개 고등학교 학적부 1만5132건에 대해 우선 조사한 결과 학도병 참전으로 추정되는 기록 615건을 발굴했다. 조사 대상이 총 121개교여서 향후 추가로 발굴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청 측은 2022년부터 추진한 학적부 전산화 사업 과정에서 1950년 전후 제적생이 다수 확인되고, 일부 제적부에서 ‘학병’이라는 기록이 발견된 점에 주목했다. 이후 실제 참전 사실이 기록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조사에 착수했다.
교육청 측은 조사 과정에서 △‘징집으로 입대’ △‘응소’ △‘학병’ △‘학도병’ △‘학도의용대원’ △‘종군’ △‘상이제대’ △‘명예제대’ △‘종군 중 복교졸업’ 등 학도병들의 입대와 복귀 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록을 확인했다.
교육청에 따르묜 한 학적부에는 ‘미군 제7사단 31연대 소속 콜롬비아 통변’이라는 기록이 있었다. 통변은 통역 또는 의사소통 지원 역할로, 당시 학생들이 외국군과의 연락과 문서 전달, 현장 의사소통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중·고등학생들은 전투뿐 아니라 군 관련 문서 작성과 편지 대필, 연락 업무, 통역 보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쟁을 지원했다.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기록도 확인했다. 포항고등학교 한 학생의 학적부에는 ‘출정 시 복부관통’이라는 문구가 남아 있어 전쟁터에 내몰렸던 소년들이 감당해야 했던 희생을 짐작하게 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여학생들의 종군기록도 발견했다. 김천여자중학교 학생들의 학적부에는 ‘현역군인으로 복무’, ‘군에 입대’ 등의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상주여자중학교 한 학생의 학적부에는 ‘종군’이라는 문구가 확인돼 여성 학도병들의 존재를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학적부에 적힌 짧은 단어들은 75년 전 멈춰버린 소년들의 시간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이라며 “남겨진 이름들을 하나하나 다시 불러줌으로써 잊혀졌던 소년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고 후대에 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천학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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