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해송법학도서관에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 가져올 파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장석범 기자, 정리=이재희 기자
“삼성전자 파업은 파업을 무기로 노조가 ‘욕망 덩어리’인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요구를 한, 중차대한 사건입니다. 노란봉투법 때문에 벌어진 거예요. 6월 말, 7월 초에는 전국 1000개 기업에서 본격적인 하투(夏鬪)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어요.”
10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 시행된 지 3개월을 맞았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가까스로 합의를 이뤄 내 하루 1조 원씩 피해가 날 것으로 우려됐던 파업을 간신히 막았다. 국내 노동법 대표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난 1일 고려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를 비롯,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공포에 떨게 한 삼성전자 노조 파업과 노란봉투법 등 굵직한 노동 현안에 대한 박 교수의 견해를 듣기 위해서다. 박 교수는 지난달 22일 기준 노란봉투법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1121개 노조의 원청 교섭이 원활히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이들 대부분 사업장에서 파업이 현실화할 것을 우려했다. 당장은 삼성전자 노사 협상의 그늘 아래 묻혀 있지만, 조만간 불거져 나올 것이란 얘기다. 특히 성과급 자체가 노조의 핵심 현안으로 불거진 데 대한 우려가 컸다.
―최근 삼성을 비롯해 영업이익 N% 성과급 지급 요구가 봇물 터진 듯 이뤄지고 있다.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지급 논란이 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처음 ‘영업이익 N%’ 기준이 나온 게 지난해 SK하이닉스 때다. SK하이닉스의 도발적인 기준 제시 때문에 유행처럼 확산했다.”
―SK하이닉스는 왜 그런 결정을 했다고 보나.
“인재 유치를 위한 것으로 본다. 통상 경제적 부가가치(EVA) 10%가 삼성전자 기준이라면, 모수 키우는 게 필요하니 영업이익 기준으로 합의한 게 아닌가 싶다. SK하이닉스가 갑자기 영업이익 10%를 들고나오니 삼성전자 노조는 15%로 요구한 거다. 도저히 맥락이 이해가 안 되고, 질러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임금 교섭 일환으로 ‘영업이익 N% 성과급’이 가능한 일인가 토론했던 기억이 있다.”
―성과급은 임금 교섭 대상이 아닌가.
“대개 물가상승률, 경기성장률 등 소위 구매력을 감안해 실제 근로자의 생활 수준을 반영하는 임금인상률을 결정하는 게 임금 교섭이다. 여기에 +α로 하는 게 복리 후생이다. 성과급은 어디까지나 특별 보너스 개념이지 배보다 배꼽이 큰 개념은 아니었다. 연봉이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보상이다. 보너스 개념으로 이해해 왔던 성과급 패러다임이 올해 완전히 바뀌었다. 이건 완전히 이익 배당이다. 통상적인 근로 조건이 아니다. 따라서 임금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
―삼성은 왜 이런 협상을 했을까.
“반도체 슈퍼사이클에서 뒤처지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핵심 인재 유출이나 직원들 사기가 꺾이거나 불량률로 연결되거나 하면 안 되는…. 그런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파업 사태의 원인은 뭔가.
“하나는 SK하이닉스의 도발적 제안(지난해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지급)이 트리거가 됐고, 또 하나는 노란봉투법이 백그라운드가 됐다. 노란봉투법을 통해 성과급도 노사 협상 대상으로 볼 여지가 생긴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삼성전자 파업 사태의 배경이라고?
“임금 및 단체협약은 임금, 근로 시간, 해고 조건, 복지, 기타 대우 등이 협상 대상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근로자 지위에 관한 사항,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이 쟁의 행위 대상으로 추가됐다. 이 때문에 노조 측에서 적극적으로 이사회 경영진이 결정해 왔던 성과급 이슈를 협상 대상으로 주장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우리 사회에 남긴 건 무엇인가.
“노사가 정말 큰 전략적 고민을 하고 ‘보상 체계를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라는 인식으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면 그건 존중할 수 있다. 그것에 맞춰 여타 부수적인 것들이 조정돼야겠지만, 전혀 그런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총파업을 모면하기 위해 회사 측은 너무 급박하게, 노조 입장에서는 욕심이 막 끓어오른 상태에서 그냥 질러 보는, 명세서를 세밀하게 짜 청구한 게 아니라 ‘쟤가 저렇게 받는데 왜 나는 이렇게 받아야 하나? 그보다는 더 받아야 한다’라는 모습이 강했다. 그야말로 ‘욕망 덩어리’로 보인다. 한 번의 파업이 주는 파급과 피해는 예전과 정말 다르다. 해외 공급망이나 글로벌 경쟁, 주식시장이 다 얽혀 있으니 파업에 따른 파장이 너무 광범위해졌고 위험성이 커졌다.”
―삼성전자 파업이 일단락돼서 그나마 다행이다.
“정말 그럴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에 양측이 협약을 맺으면서 10년 동안 보장하는 걸로 했다. 하지만 이건 위법한 유효기간 약정이다. 노동법에서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3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무 전문가가 한둘이 아닐 텐데, 노사는 왜 그런 보장을 한 걸까.
“만약 삼성의 영업이익이 100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제로 성과급인 상황이 생겼다고 했을 때 노조가 들고나올 논리가 뭐냐면 ‘유효기간 무효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치밀함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SK하이닉스가 10년을 약속했으니까 그냥 10년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삼성도 나름대로 고민했겠지만 나도 궁금하다.”
―그럼 노조에서 3년 뒤에 다시 협상하자 나올 수도 있다고 보나.
“그렇다. 그때는 영업이익의 30%로 하자고 주장할 수도 있다. 지난번에 10.5% 했으니까. 10.5%에 대한 근거가 없으니 30% 요구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번 협상 때문에 노사 관계가 아주 뒤죽박죽이 됐다. 변수가 너무 많다.”
―앞서 노란봉투법 언급을 했는데, 시행 석 달이 됐다.
“1000개 이상의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고 하지 않나.(5월 22일 기준 1121개 노조가 424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청 중이다.) 원청 입장에서는 곧바로 교섭에 나서지 않으려고 원청 사용자성을 부인했을 것이고, 하청 노조는 대부분 이의신청을 했을 거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면, 여기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게 된다. 이 과정이 40일 정도 소요된다. 판정문 나오는 시간은 약 한 달 정도다. 70∼90일이 경과하는 시점인 6월 중순 이후 노동위 차원에서 사용자성 판단이 대부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원·하청 간에 교섭이 잘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1120여 개 교섭 요구 노조 가운데 상당수는 파업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900∼1000곳 정도가 다 지뢰밭이고 시한폭탄이다. 그래서 6월 말이나 7월 초에 하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청 근로자들은 그들대로 이 과정에서 상당히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임금 등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했으니 실질적으로 얻어 낼 수 있는 게 크지 않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원청 입장에서는 임금까지 협상에 응하면 불법 파견 문제에 걸리고, 그럼 법정 다툼이 이뤄지면서 일대 대혼란이 올 수 있다.”
―6·3 지방선거도 끝났으니 정년 연장이나 근로자 추정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 노동계 청구서가 정부에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년 연장 문제가 가장 먼저 다뤄질 것 같다. 고용노동부가 근로자 추정제를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각계 반대가 심해서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 대안으로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확대 등이 추진될 수 있을 것 같다.”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면 소상공인 반대가 매우 심할 텐데.
“사실 생각보다 쉬운 방법이 있기는 하다. 지금은 5인 이상 사업장 적용 원칙, 5인 미만 사업장은 일부 규정을 예외로 적용하는 형태로 돼 있다. 그런데 원칙은 전면 적용으로 하고, 5인 미만은 예외로 한다고 하면 법 기술적으로 반발은 크게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삼성전자 파업을 계기로 ‘한국형 사회연대기금’ 조성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제안해 화제가 됐다. 기업의 초과 이윤을 사회 구성원과 공유하는 방식을 두고, 각계의 의견을 모아 보자는 취지다.
―사회연대기금 논의를 어떻게 보나.
“우선, 초과 이윤의 정의부터 모호하다. 무엇이, 어디까지가 초과 이윤인가. 지금 현재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평가 지표 중 사회적 책임지표를 만들고 있는데, 그 안에는 협력 업체 근로자에 대한 처우 기준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인권 최저 기준 준수나 생산성 향상 등 협력업체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펴는지를 따진다. 유럽연합(EU) 역시 공급망 실사법을 만들어 환경·안전·노동인권에서 국제 기준을 준수하는지 평가하고 실사해 공시하고 있다. 공시한 결과와 실제 결과가 다르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이미 삼성전자도 이번 협상 이후 5조 원 규모의 상생기금 조성을 발표했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원청의 자발적 기금이 협력업체 노동자 근로조건 개선에 사용된다면 법인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근참법’에 성과급 논의체계 명시…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해줘야”
■ 성과급 배분 해법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례로 인해 노동계와 경영계에서 ‘영업이익의 N% 성과급’ 배분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성과급 배분 문제를 어떻게 풀지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제시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행법 체계에서 기업 성과 배분이 충분히 가능한 만큼, 이를 안내하고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가 제안한 해법에 따르면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상 이미 성과 배분 논의가 가능하도록 법규에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근참법에 따르면 근로자 위원 3∼10명 규모로 노사협의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고, 협의회 임무에 ‘생산성 향상과 성과 배분’이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이 기구를 통해 기업의 성과 배분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법은 19세기 근로기준법, 20세기 초 노동조합법, 20세기 중반 이후 노사협의회(근참법)로 3단계에 걸쳐 발전했다고 한다. 노사협의회는 사업장 차원의 경영 참여 조직이다. 해당 법들은 ‘개별 최저기준’(근로기준법), ‘단체교섭’(노동조합법), ‘경영 참여’(근참법) 등 20세기에 완성된 노동법 원칙의 세 축을 이루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노란봉투법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 성과급이 논의 주제로 올라오는 착시 효과가 생겼다”면서 “파업이라는 무기가 기업에는 큰 부담이니 졸속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데,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근로자에게 악영향이 돌아가는 만큼 노란봉투법을 내세운 파업을 빌미로 한 교섭이 아니라 근참법상 노사협의회에서 투명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 교수는
△고려대 법학과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 법학 박사 △국민경제자문회의 미래경제분과장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 △노동법이론실무학회장 △한국사회보장법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