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4대 국정 목표의 하나로 ‘규범·규칙이 지켜지는 정상 사회’를 제시했다. 그 의미는 구체적으로 반칙·편법·특권·불공정을 바로잡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부연했다. 이 부분이 특히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것은 6·3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 원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의 민심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지도부에 경고를 날렸다. 정청래·장동혁 두 대표를 비롯한 양측 지도부는 평소 당내 다양성을 억누르고 호전적 강성 기조로 양극적 대결을 벌여 정국이 정상 궤도를 벗어나 교착과 충돌로 치닫게 했다. 선거를 앞두고는 한술 더 떠 공천권을 중앙당으로 더 집중시키고 각종 자의적 결정으로 공천 과정에 비상식이 횡행하게 했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반칙·편법·특권·불공정이 자행된 것이다. 파열음은 컸고, 결국 비정상적 공천으로 소란스러웠던 곳마다 지도부는 민심의 차가운 반응과 유권자의 매서운 심판을 받아야 했다.
민주당이 예상처럼 압승을 거두지 못한 이유, 국민의힘이 지방 권력을 잃고 몇몇 후보의 개인적 선전(善戰)으로 위안을 삼게 된 이유는 당 지도부의 상식을 벗어난 행태와 그로 인한 정당정치의 비정상성에 있다. 양당 지도부는 선거 때는 물론 그전부터 외부로는 경직된 대결적 호전성만 드러내고, 내부로는 편협한 배제적·폐쇄적 획일성에 빠져 국민 모두를 바라보며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정상적 경쟁은 외면했다.
이 점을 인지했는지 이 대통령은 기자와의 질의 응답에서 “지지계층을 넓혀야 하는 건 정당의 운명”임을 강조하며 ‘색깔이 다른 사람, 생각이 다른 사람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통합·포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여당에만 관련되는 게 아니다. 야당도 적대시만 하지 말고 이런 도움이 되는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의 소망대로 비정상의 정상화가 정치에서 이뤄진다면 1년 전 취임사에서 역설한 ‘모두의 대통령’이 돼 ‘통합 정부’를 이끌며 “분열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한 다짐이 실현되는 것이다. 2년에 걸쳐 강조한 만큼 이 대통령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진정성 있게 이 과제에 매진할 것으로 믿는다. 그 시작이 정당 개혁이어야 함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확인됐다. 정당정치가 국정 전반을 지배하는 만큼 현재의 비정상이 계속된다면 대통령의 야심 찬 국정 목표는 빈말에 그칠 수밖에 없다.
돌발 변수인 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이 정당 개혁을 가려선 곤란하다. 일부 정치인은 선관위 사태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며 미적댈 것이다. 선관위의 무능함은 상상 밖이라 당연히 대대적으로 고쳐야 한다. 그나마 선관위 개혁은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만큼 비교적 무난히 이뤄질 수 있다. 반면, 정당 개혁은 더 시급하고 포괄적이라 힘들다. 시대에 대한 냉철한 분석, 근본적 인식 패러다임 변화, 온갖 이해관계의 조정,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강성 당원만이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한 공당(公黨)의 성격을 띠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정당 개혁은 국회와 시민사회·언론·학계가 주도해야 하지만, 때로는 대통령의 응원·자극·중재도 요구된다는 점을 이 대통령이 모르진 않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