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시진핑 국가주석의 평양 국빈방문을 속보 수준으로 2개 면에 걸쳐 보도한 중국 런민르바오(人民日報)와 저녁 7시 메인 뉴스 30분 중 22분이나 방송한 관영 CCTV 뉴스 화면은 북측의 극한 환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몇 번이고 뉴스 화면을 돌려봤지만, 북한 비핵화 이야기는 없었다. ‘최고위급의 전략적 협조’ 등 중국 내 시 주석의 개인 우상화 표현만이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이번 평양 방문을 통해 시 주석은 북한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했고, 김정은은 ‘하나의 중국’ 지지를 선언했다. 베이징은 사실상 북핵을 묵인했고 평양은 ‘역사적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외교적 고립, 경제 제재, 무력 압박 등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북한의 기존 입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이제 북·중·러 3자의 핵 보유국 연대가 완성됐다.

시 주석은 2019년 방북 당시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이라는 올바른 방향을 지지’한다고 밝혀 비핵화 중재자 역할을 강조했다. 반면, 지난 8일 기고문에는 ‘조선반도 문제’ ‘비핵화’ ‘대화·협상’ 같은 용어가 없었다. 중국의 대북 접근이 ‘북·미 비핵화 중재자’에서 ‘구조적 대미(對美) 견제를 위한 결속력 높은 전략적 동반자’로 완전히 바뀌었다. 북·중 관계는 과거 혈맹 복원 수준을 넘어 대미 견제와 국제질서 재편에 공동 대응하는 전략동맹으로 변모했다.

북한은 시 주석의 방북 전날 공개한 김여정 당 부장 담화에서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 불퇴의 한계선이며 누가 인정하든 말든 엄연한 현실’이라며 ‘외부 세력의 희망이나 수사적 표현에 따라 현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표면상 이번 담화는 미·중이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 유지에 동의했다는 미국 주장을 반박하는 목적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도 겨냥한 일석이조의 메시지였다. 북핵 용인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비핵화를 향해 가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만 단기 목표로 잡고 협상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기존 과거 핵은 묵인하고 현재 핵만 중단한다는 단기 목표는 결국 북한의 핵 보유국 위상을 공고히 함으로써 북한 비핵화를 더 어렵게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북핵에 대응한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핵 천지가 된다며 “정말 무책임한 소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북핵은 시 주석과 이 대통령이 용인하는데, 한국 핵은 절대 불가라는 주장은 안보에 치명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45개의 현재 핵무기를 매년 20개씩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킬 계획인 북한은 2030년이면 인도와 파키스탄을 넘어 세계 6위 수준에 이를 것이다. 얼토당토않은 재래식 무기 세계 5위국이라는 부실한 통계만 믿고 북핵을 용인한다면 핵무기의 국제정치학에 무지한 것이다. 핵 연대로 결속하는 북·중은 한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 청와대의 대응책은 과연 무엇인지 우려스럽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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