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업무대응 사실상 방치

역량 부족 솔직하게 고백해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선거관리위원회 내부에서도 ‘예고된 참사’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전투표 제도 도입 이후 선거철 업무량 폭증과 인력 부족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를 장기간 방치하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선관위 비공개 게시판 ‘직원소통공간’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뒤 내부 비판이 잇달아 올라온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선관위 직원 A 씨는 지난 7일 올린 ‘고해성사’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송파구 등 해당 지역 직원들이 무능하고 무책임해서 일어난 사고가 아니다”라며 “언젠가 어디선가 터질 사고가 운 나쁘게 거기서 터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선거철 격무에 체력과 집중력 저하로 각종 사건·사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사전투표를 없애든 투표 관리를 지방자치단체 고유 업무로 법을 바꾸든 (해달라)”이라고 주장했다. B 씨도 “지금이라도 사전투표 관리 역량 부족을 국민들에게 고백하고, 조직 차원에서 사전투표 폐지 의견을 국회에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C 씨는 댓글을 통해 “시설·인력·장비 등 확보 문제도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며 “본투표 관리에서도 갈수록 사건·사고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D 씨도 댓글을 통해 “일선에서 국선(국회의원 선거)·지선(지방선거)·대선까지 치러본 경험 없는 직원들은 경험을 한 뒤 다시 (중앙으로) 받든지 해야 될 것 같다”고 제언했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 등 수뇌부가 지난 5일 사퇴한 이후 중앙선관위 내부에서는 “사퇴하는 사람은 (맘) 편하겠지만 수습은 남아 있는 사람들 몫이 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투표소 140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에 차질을 빚었다. 이 가운데 26곳에서는 투표가 상당 시간 중단됐다. 한편, 외부 인사 6명으로 구성된 중앙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10분 과천청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자체 조사를 개시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관리 업무에 지방공무원을 동원하는 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향후 선거 사무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강한 기자, 서종민 기자
강한
서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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