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장기연체채권 정리 정책에 따라 민간 배드뱅크인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가 청산 수순에 돌입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상록수를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비판한 이후 금융권의 채권 정리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20여 년간 운영돼 온 부실채권 처리기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연체채권 처리 통로가 축소되면서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록수는 지난 8일 사원총회를 열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새도약기금 가입에 동의했다. 상록수 출자사들은 총회에서 상록수의 새도약기금 가입 및 새도약기금 외 채권의 캠코 매각 동의 등을 안건으로 올리고 전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코는 협약 동의서를 접수한 뒤 채권 목록을 확정하고 가치 평가에 착수할 예정이다. 추후 채권 가격 등이 결정되면 양수도계약 체결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상록수는 추심행위를 중단하고 조만간 청산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상록수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카드사들의 대규모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채무자의 재기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새도약기금의 매입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채무자들이 채무 경감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달 관련 보도를 접한 뒤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살아남아 서민들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비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상록수 청산이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수단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체채권 매각 통로가 줄어들면 부실 관리 부담이 커지고 중금리대출 공급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