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당국이 최근 고환율의 책임을 환투기 세력에 돌리며 본격 검사에 돌입했지만, 원화가치 하락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해법은 놓치고 있어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이탈을 다잡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 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금융여건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취약부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당국은 금리 상승 시 상환부담이 가중되는 저소득·저신용 차주, 주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레버리지 투자의 리스크 등을 면밀히 살피기로 했다.
특히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열린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의 후속조치로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한 외환공동검사를 이날부터 서면·실지검사로 병행 실시하기로 했다. 외환공동검사는 2012년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당시엔 원화 강세에 따른 조치였다.
이에 시중은행에서는 외국계 은행에서 국내 은행 순으로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을 통한 투기적 거래 여부가 중점 검사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한은과 재경부는 지난 8일에도 “최근 환율은 수급 요인 이외에도 NDF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고환율 상황을 구조적 요인으로 보지 않고 일부 투기적 거래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들의 국내 반도체 급등 종목에 대한 차익 실현,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이 원화약세 근본원인이지만 여기에 대한 대응책은 부재한다. 공급 절벽·매물 잠김 등의 원인으로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것에 대해 ‘부동산 투기, 탈세적 거래’ 단속으로 대응하는 방식과 같은 맥락이라는 의미다.
또한 이미 고환율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당국 대응이 때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7일부터 전날(9일)까지 22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가며 코스피에서 총 70조7040억 원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까지 17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