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용지 부족 집회’ 6일째
정치권과 거리 둔 2030 나서
“선관위개혁” 목소리 높였지만
유튜버들 후원금 노리며 판쳐
음모론 주장… 집회 본질 흐려
혼란스러운 시위현장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참정권 시위’가 10일에도 엿새째 이어졌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기본권 보장과 재선거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 ‘후원금 시위꾼’으로 불리는 극단 성향 유튜버들도 일부 가세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시위 진정성과 본질을 호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표소가 위치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는 이날도 2030세대 청년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일부는 태극기를 흔들면서 재선거를 요구했다. 시위대는 오전 8시 기준 350여 명 수준으로 다소 줄었지만, 주말이 되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캠퍼스에서도 참정권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6월 중순 대학 기말시험이 끝나면 청년들의 합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시위가 6일째 이어지면서 현장에서 의견 대립과 갈등도 포착되고 있다. 당장 대한체육회 직원들은 이날 오전 8시 15분쯤 시위대에 경기장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2시간여 대치했다. 이날 오전부터 ‘셀카봉’을 든 유튜버 수십 명이 “경찰은 믿을 수 없다. 범죄 행위가 벌어진 현장에 절대 들여보내선 안 된다”면서 물리적 저지에 나섰다. 일부 참여자들이 “극단 행동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들은 되레 경찰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며 “경찰도 다 조작된 사람들”이라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극단 성향 유튜버들이 속속 현장에 등장한 것은 막대한 후원금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유튜브 통계 분석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로 몸집을 불렸다가 탄핵 국면 이후 침체기를 겪던 극단 유튜버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높은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구독자 수가 5만8000명에 불과한 한 채널은 선거 당일인 지난 3일 이후 931만 원에 달하는 높은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위 이전에는 평균 8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던 구독자 8만 명의 또 다른 채널도 경찰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는 모습 등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하루 만에 80만 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극단 유튜버의 등장으로 시위의 본질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극단 유튜버들이 “지금 외쳐야 하는 것은 부정선거”라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과격 시위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말 집회 초반 시민들 스스로 자제했던 성조기 사용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사전투표를 폐지하자는 의미의 ‘당일 투표’ 등 구호도 현장에서 확산하는 모습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운영을 비판하는 성격의 집회를 주도하던 2030세대가 오히려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으로 몰리거나 “우리 시위를 망치려는 선봉꾼”으로 매도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극단 유튜버들이 갈수록 시위 현장에서 과격한 행동을 보이면서 ‘공권력 유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전날(9일) 잠실 시위 현장에서 ‘감금·조롱’ 피해를 입었던 기동대 소속 경찰 간부가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 ‘경권(警權)은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경찰 내부 동요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정은 내부망에 “경찰 기동대원은 인내와 무대응이 강조된다”며 “하지만 기동대원 개개인 역시 ‘1명’이며 작정하고 퍼붓는 시비, 도발, 욕설 앞에서 감정을 추스르기 많이 힘들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경찰의 인권과 자존심도 필요 이상으로 추락했다면 이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본청 차원의 지원과 대응을 강구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수빈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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