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지컬 AI 혁명’ 현장을 가다 - LG전자
모델 60종 한라인서 동시 조립
AI 활용 불량률 30% 줄이기도
첨단기술로 WEF ‘등대공장’에
‘디지털트윈’ 활용 가상공간 구축
생산라인 예측해 자재 공급까지
품질검사 공정 중 90% 자동화
창원=김호준 기자
“가상공간에 냉장고 제조 공정을 구현한 ‘디지털 트윈’으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기록 중입니다.”
지난 8일 경남 창원시 LG스마트파크 1공장. 건물 3층으로 올라서자 거대한 로봇 팔이 20㎏이 넘는 냉장고 문을 본체에 조립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예전에는 작업자들이 냉장고 문을 직접 옮기고 본체에 붙였지만, 지금은 6개의 비전 카메라가 달린 로봇이 작업을 대체했다. 문을 본체에 조립하는 시간은 불과 13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문의 색상과 크기가 다른 냉장고나 국내와 미국, 유럽에서 각각 판매할 냉장고 모델 약 60종도 한 라인에서 동시에 조립할 수 있다.
바로 옆 라인에서는 10여 대의 고주파 용접 로봇이 냉장고의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를 본체 하단 부분에 달고 있었다. 로봇이 컴프레서와 냉매 배관이 연결되는 구리선을 살짝 녹이는 방식인데, 실시간 카메라로 용접이 잘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조립을 마친 냉장고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엘리베이터로 이동, 4층에서 포장과 검수 작업을 거친다. AI 기반 카메라를 통해 포장에 문제가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LG전자 관계자는 “AI로 불량을 사전에 예방하고 있기 때문에 라인 무작업률이 96% 이상 개선됐다”고 말했다.
LG가 70년 가전 제조 노하우에 ‘피지컬 AI’를 결합한 첨단 제조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보틱스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현장의 작업자 없이도 알아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자율 제조’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1일 LG전자에 따르면 가전 핵심 생산 거점인 경남 창원시 LG스마트파크는 국내 가전 업계 중 처음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등대공장’이다. 등대공장은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말한다. WEF가 2018년부터 전 세계 공장들을 심사해 매년 두 차례씩 선발하며, 국내에서는 포스코(2019년)와 LS일렉트릭(2021년)이 선정된 바 있다. LG전자는 약 70년간의 제조 노하우에 AI와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며, 생산 혁신 경쟁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
냉장고를 생산하는 LG스마트파크 1공장 로비에 들어서면 오른쪽 벽면에 모니터 사이니지 18장으로 만든 대형 화면들이 보인다. 사이니지에서는 ‘지능형 공정 시스템’이 보여주는 버추얼 팩토리를 통해 냉장고 생산, 부품 이동과 재고 상황 등 실제 공장의 가동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지능형 공정 시스템은 AI·빅데이터와 시뮬레이션 기술인 디지털 트윈을 결합해 LG전자가 자체 개발했다. 30초마다 공장 안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10분 뒤 생산라인을 예측하고 자재를 적시에 공급한다. 또 데이터 딥러닝으로 제품의 불량 가능성이나 생산라인의 설비 고장 등을 사전에 알려준다. 또 생산라인에 설치된 지능형 무인창고는 실시간으로 재고를 파악하고 부족하면 스스로 공급을 요청한다. 지상에는 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AGV)들이 돌아다니며 냉장고 컴프레서나 냉각기 등이 담긴 최대 600㎏의 적재함을 최적의 경로로 자동 운반한다.
LG스마트파크는 AI 로봇 투입으로 생산 효율은 높아지고 작업 환경은 더욱 안전해졌다. 특히 로봇이 위험하고 까다로운 작업을 도맡으면서 작업자는 생산라인이나 로봇 작동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컴프레서나 냉각기 등 화염이 발생하는 용접 라인의 로봇 팔은 고주파 용접 기술을 딥러닝하고 카메라로 위치를 정밀하게 인식해 균일한 온도와 시간을 맞춰 용접한다. 용접 후에도 로봇이 냉매 누설 여부를 확인한다. LG전자는 스마트파크 구축을 통해 생산성을 기존 대비 20% 향상시키고, 불량률은 30% 줄였다.
LG전자는 핵심 부품 생산 공정에 AI를 도입해 생산 효율과 품질을 더욱 높였다. AI는 수많은 생산 데이터를 딥러닝하며 현재 생산 효율은 물론 앞으로의 생산 효율과 원재료의 추가 투입에 따른 생산량 변화까지 정확하게 추론해낸다. 컴프레서 생산 공정의 80%, 품질 검사 공정의 90%가 넘는 자동화 비중은 부품 업계 최고 수준이다. 모터 역시 하나의 제조 라인에 여러 제품이 섞여 나오는 혼류 생산을 하기 때문에 딥러닝 AI가 생산되는 모델의 외관을 보고 즉각 품질을 판별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한 A7 라인에는 생산기술원의 AI·디지털 전환(DX)·로봇 기반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이 적용됐다. 품질 검사 공정의 90% 이상을 AI로 자동화했으며, 생산된 부분을 카메라로 찍고 이미지를 통해 AI가 품질을 파악하는 ‘비전 AI’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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