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장·신경질환… 원인 다양

6주 이상 가려움 지속땐 경계를

 

韓 첫 난치성가려움증센터 개소

내과·정신과·산부인과 등 협진

 

혈액검사 넘어 첩포검사도 실시

면역·신경 경로 표적 정밀 치료

가려움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흔한 증상이지만, 6주 이상 지속되면서 수면을 방해하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단순한 피부 불편으로 넘겨선 안 된다. 만성 가려움증은 피부질환뿐 아니라 간·신장·갑상선질환, 신경계 질환, 혈액종양 등의 원인일 수 있어 적극적인 원인 평가가 필요하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런 난치성 가려움을 정밀 진단하기 위해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은 국내 최초로 다학제협진 기반 ‘난치성가려움증센터’를 최근 개소했다. 센터는 피부과를 중심으로 내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참여해 원인 규명이 어렵거나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등의 전신질환(신체의 일부분에만 국한되지 않고, 혈액 순환이나 신경계 등을 통해 여러 장기와 조직, 나아가 신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정밀진단과 맞춤치료를 시행한다.

◇ 6주 이상 가려움이 지속되면 경계해야= 임상적으로 만성 가려움증은 아토피피부염·건선·두드러기처럼 피부 병변이 동반되는 유형, 갑상선질환·만성신장질환·신경병증 등 병변 없이 나타나는 전신 질환성·신경병증성 유형, 반복적인 긁기로 피부가 두꺼워지거나 결절이 생기는 이차 병변성 유형으로 나뉜다.

가려움이 생기면 피부를 반복적으로 긁게 되고, 이 과정에서 피부 장벽이 손상되며 염증이 증폭된다. 조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만성화·중증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랜 기간 가려움증으로 고통받다가 난치성가려움증센터에 내원해 원인을 찾은 사례도 있다. 최근 센터를 찾은 60대 여성 A 씨는 30년 넘게 등 부위 만성 가려움증에 시달리며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스테로이드 연고나 주사로 잠시 호전됐다가 한 달쯤 지나면 다시 가려웠고,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다. A 씨는 센터에서 처음으로 첩포검사(Patch test)를 받았고, 그 결과 염색약 성분인 파라페닐렌디아민(PPD) 알레르기가 원인으로 확인됐다. 머리를 감는 과정에서 염색약 성분이 등으로 반복해 흘러내리며 접촉성 피부염과 만성 가려움증을 일으킨 것이다. 이후 염색을 중단하고 원인 물질을 차단하는 생활관리와 맞춤치료를 받은 끝에 증상은 점차 호전됐다.

한림대의료원이 지난 4월 29일 만성가려움증 환자의 정밀진단 및 맞춤치료를 위해 국내 최초 다학제협진 기반 ‘난치성가려움증센터’를 개소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한림대의료원이 지난 4월 29일 만성가려움증 환자의 정밀진단 및 맞춤치료를 위해 국내 최초 다학제협진 기반 ‘난치성가려움증센터’를 개소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첩포검사로 원인 추적… 면역·신경 표적 정밀치료= 첩포검사는 이처럼 혈액검사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염색약·금속·향료·세제·화장품·고무 등 생활 속 접촉성 알레르기 원인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센터는 증상 양상과 악화요인, 복용약물, 생활환경, 동반질환을 종합 평가한 뒤 필요에 따라 혈액검사, 피부조직검사, 첩포검사, 피부장벽검사 등을 시행하고, 2∼4주 간격으로 치료 반응을 평가해 치료 전략을 조정한다.

원인이 확인되면 환자별 맞춤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중증아토피피부염과 결절성양진, 노인성 가려움증 환자에게는 염증과 면역세포 활성을 조절하는 협대역 자외선B(NB-UVB) 치료와 엑시머레이저, LED 치료가 적용된다. 또 면역·염증 신호를 조절하는 JAK 억제제, 특정 면역물질을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 오피오이드 수용체 조절 및 가바펜티노이드 계열 항소양제 등 면역·신경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정밀치료도 이뤄진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로 늘고 있는 노인성 가려움증은 단순 피부 건조나 노화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피지·천연보습인자 감소와 피부장벽 저하에 따른 감각신경 변화, 면역노화, 다양한 약 복용, 만성질환이 한데 얽힌 ‘복합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가려움 완화를 위해서는 생활관리도 필수다. 하루 1∼2회 보습제 사용, 땀·먼지·자극적인 섬유 피하기, 세제·향 제품 최소화, 쾌적한 실내 온·습도 유지가 기본 수칙이다. 음식 알레르기와 스트레스, 약물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이를 회피해야 하며, 심할 경우 ‘가려움증 일기’를 기록하면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김혜원 난치성가려움증센터장은 “만성 가려움증 환자 중에는 스테로이드 치료를 반복하며 수년에서 수십 년간 원인을 찾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며 “증상만 억제하기보다 생활습관과 약물, 전신질환 여부까지 함께 평가하는 정밀진단이 치료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노지운 기자
노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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