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진아의 Deep Read - 대통령의 공소취소 의지

 

李, 퇴임 후 걱정에 잇단 공소취소 의지 표명… 사법리스크 불안으로 자기재판 개입

조작기소 맞더라도 법원에서 유무죄 다뤄야… 특정인에 예외주면 법치주의 근간 훼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여권이 추진해온 ‘공소취소’ 관련 질문에 대해 “(검찰이) 잘못됐으면 시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도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검찰이)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잇단 발언은 자신의 재판에 대한 공소취소 의지를 강하게 내보인 것으로 해석돼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마차의 주인과 마부

법무부는 10일 검찰의 인권 침해와 권한 남용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미래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대통령 발언 이틀 뒤 기민하게 후속조치에 나선 것이다.

검찰미래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활동했던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조작기소 국조특위)가 조사한 7개 사건을 첫 번째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 사건 중 이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 4개다. 법무부가 대통령 관련 사건을 공소취소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검찰미래위를 발족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국민이고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국민의 대표자이다. 그런데 현실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법무부가 대통령의 공소취소 의지를 드러낸 메시지가 나오자마자 검찰의 조작기소를 살피겠다며 기구를 띄운 것이 그 생생한 사례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민주국가의 불가결한 핵심 원리이다. 두 기본 원리는 철저한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 민주주의가 없는 법치주의는 맹목이고, 법치주의가 없는 민주주의는 브레이크 없는 트레일러와 같다. 대한민국이라는 마차를 끄는 말은 최소한 민주와 법치라는 두 가지 요소를 전제해야 하는 것이다.

마차의 목적지를 결정하는 것은 마차의 주인인 국민이고, 그 결정에 따라 마차를 이끄는 것이 대통령이다. 그러므로 말을 이끌 뿐, 주인이 아닌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위에 군림하려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군림하려 하는 순간 마차는 전복되고, 마부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주인인 국민도 다치거나 죽는다.

◇공소취소로 가는 길

대통령이 자신의 사익을 위해 국정을 이끈다면 이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위에 군림하는 행위이다. 법적으로는 이런 상황을 ‘이해충돌’이라 부른다. 대통령이 자신의 사익과 공익이 충돌하는 이해충돌의 한복판에서 헤맨다면, 대한민국은 길을 잃고 만다.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란거리였다. 2022년 대선과 지난해 대선 때에도 그의 사법 리스크는 계속 문제가 됐다. 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의 근소 차로 낙선한 결정적 이유도 사법 리스크였다는 분석이 많다. 이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한 5개의 형사재판 중에서 가장 먼저 진행된 재판은 공직선거법 위반죄였다. 만일 대선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유죄판결이 확정돼 이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박탈됐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대선 이후 이 건을 포함해 다른 형사재판들이 모두 정지됐다.

이 대통령은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퇴임 후’를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렇게 잠재된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여권이 추진한 것이 조작기소 국조 특위와 공소취소 특검법이었다. 하지만 국조 특위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이 조작기소였다는 점을 밝히기는커녕 증인들이 오히려 반대되는 증언을 하면서 집권세력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럼에도 여권은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하는 사건들을 조작기소라 하며 이를 밝히기 위한 특검법을 제정하려 했고, 이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반발이 커진 상태였다. 국민의 반발 이유는 한마디로 ‘권력의 자기재판 개입’ 시도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는 한편으로 6·3 지방선거에서 ‘내란 심판론’ 와중에도 ‘정권 견제론’이 상당히 먹혀들어가게 한 원인이 됐다.

◇‘법 앞의 평등’ 훼손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기자회견 등 공식 석상에서 자신의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를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메시지를 계속 내놓는 이유는 본인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떳떳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 같은 생각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공소취소 특검법은 이 대통령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개별인법률’이다. 이는 법치주의의 핵심이자 헌정 원리인 ‘법 앞의 평등’에 위배된다.

둘째, 공소취소는 공판 진행 중 진범이 잡힌 경우나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에 대한 기소 등과 같이 극히 예외적으로만, 그것도 1심 판결 선고 전에만 허용된다. 이 대통령 사건이 검찰의 조작기소에 의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 하더라도 이는 법원에서 증거에 따라 무죄판결을 받는 방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까지 유사한 조작기소 주장이 많았지만 실제 공소취소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대통령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셋째, 공소의 주체인 검찰을 배제하고 대통령 개인의 이익을 위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특검을 세워 공소취소하도록 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형사사법절차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다.

넷째, 공소취소 특검은 대통령이 자신의 사건을 수사할 검사를 직접 골라서 사실상 수사 지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그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가 발생한다.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로마법에서 영미 보통법으로 이어지는 자연정의의 핵심 원리이다.

◇대통령 말의 무게

6·3 지방선거는 공소취소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확인한 선거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메시지를 신호로 정부가 후속조치를 내놓고, 여당이 공소취소를 담은 특검법안을 통과시켜 재판 중인 사건을 끝내게 한다면, 이는 대통령과 국회가 삼권분립을 위배해 사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적인 정치 현실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의 무게는 엄청나다. 대통령의 모든 발언과 행동은 신중해야 하고 절제돼야 한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헌정 질서의 훼손을 막는 것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 용어설명

‘검찰미래위원회’는 법무부가 수사·기소 과정에서의 검찰권 남용 의혹 등을 진상규명한다는 취지로 발족한 기구. 사실상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빌드업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범했다는 평.

‘개별인법률’혹은 ‘개별사건법률’은 특정인 또는 특정 사건에만 적용되도록 만든 법률로 ‘처분적 법률’이라고도 함. 일반성·보편성을 요구하는 법률의 성격과 충돌해 위헌성 판단이 문제됨.

■ 세줄 요약

마차의 주인과 마부: 대통령의 공소취소 의지를 담은 메시지 이후 법무부가 미래위원회를 발족하며 후속조치 나서. 대한민국이라는 마차의 마부인 대통령은 주인인 국민을 위해 민주와 법치를 국정 원리로 삼아야.

공소취소로 가는 길: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 재판 중단으로 당장의 위기는 넘긴 상태. 하지만 조작기소 국조 특위가 성과 없이 끝나면서 재판 재개에 따른 ‘퇴임 후’를 걱정해야 할 처지. 공소취소 특검법이 절박한 상황.

‘법 앞의 평등’ 훼손: 공소취소 특검법은 대통령에게 특혜를 주는 ‘개별인법률’이며, 이는 ‘법 앞의 평등’에 위배돼. 이 법안을 강행할 경우 이는 대통령·정부·국회가 삼권분립을 위배해 사법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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