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한국을 휩쓸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9일까지 4박 5일의 방한 행보는 산업계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한껏 받았다. 가는 곳, 말, 행동, 음식, 패션 등 그의 모든 것에 대중이 환호했고, 관련 뉴스를 소비했다. 지난 2024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SNS에 황 CEO와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자 한 팔로어가 누구냐고 물은 적이 있다. 저커버그는 “테크계의 테일러 스위프트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황 CEO는 서울대를 방문한 자리에선 “아침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나는 그냥 젠슨이었는데, 이제는 ‘K젠슨’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시가총액 세계 1위이자 인공지능(AI) 인프라를 지배하는 AI 시대의 아이콘. 그의 이름 ‘젠’(Jen)과 ‘광기’(insanity)를 합친 조어 ‘젠새니티’(Jensanity)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 시간이었다.

그가 던진 화두는 ‘피지컬 AI로 확장’이다. 지난해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2025’ 때부터 미래 먹거리로 지목했다. 엔비디아는 단순히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을 파는 기업이 아니다. 플랫폼 기업이다. 자기의 비전에서 유용한 기업과 기술을 낙점한다. 황 CEO가 만난 국내 기업 리스트에 생태계 전략이 보인다. AI 설계(엔비디아), AI 메모리 공급망(SK하이닉스·삼성전자), 로봇·자율주행·물류(현대차·LG·두산), AI 팩토리(LG·네이버), 게임(크래프톤·엔씨소프트) 등이다.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차지하는 최상위 포식자는 엔비디아다. ‘4가지 선물’이라며 들고 온 베라 루빈(AI 가속기 플랫폼), 베라 CPU(에이전트 AI용 중앙처리장치), RTX 스파크(AI 노트북), 젯슨 토르(피지컬 AI용 슈퍼컴퓨터)는 결국 자사의 제품이다.

한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얻을 사업적 이득은 아주 달콤하다. 지나친 의존이 초래할 종속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엔비디아가 생태계의 규칙을 바꾸면 따를 수밖에 없는 록인(lock-in)은 매우 쓰기 때문이다. 과거 스마트폰 시대에 구글과 애플의 생태계에서 겪었던 일이다. 황 CEO와 단독 면담을 했다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엔비디아도 한국에서 쇼만 하지 말고 투자도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일단, 내한 공연은 끝났다. 뭔가 허전한 현실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오승훈 논설위원
오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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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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