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아 정치부 차장
6·3 지방선거는 1년 전 대선의 연장선이었다. 지난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일으켜 탄핵되고 치러진 선거였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진 못했다. 당시 선거는 ‘이재명 vs 반 이재명’ 구도로 흘렀다. 보수 진영의 깊은 ‘반이재명 정서’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49.42%,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1.15%를 얻었다. 8.27%포인트 차이였지만, 김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득표율(8.34%)을 합치면 이 후보를 0.07%포인트 앞선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개를 차지하며 “승리했다”고 자평했지만, 질적으로 보면 승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양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총득표수를 계산해보니, 민주당 1403만6692표, 국민의힘 1157만2514표다. 득표율로 따지면, 51.55% 대 42.50%로, 9.05%포인트 차이다. 정당에 대한 지지를 확인할 수 있는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을 따져봐도, 양당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민주당 46.23%, 국민의힘 40.91%다. 5.32%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하면, 지난 대선 양당 후보 득표율 격차보다 적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대선 1년 동안 구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우리 정치 지형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하지만, 구조적으로 내부를 보면 진보와 보수가 팽팽하다”고 했다.
보통 대선을 ‘51 대 49’ 싸움이라고 한다. 양 진영이 말 그대로 총결집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특히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만큼 보수 진영의 결집도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다. 민주당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에서는 애초부터 “선거는 어차피 진영 싸움”이라며 “이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높은데, 국민의힘이 저렇게 지리멸렬한데 이기지 않을 수 없는 선거”라는 말이 많았다. ‘15 대 1 완승론’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다. 선거 슬로건은 ‘일 잘하는 지방정부’였지만, 실상 선거는 ‘지역 일꾼론’보다 ‘이재명 지원론’과 ‘내란 척결’ 구호로 치렀다.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가능성을 열어둔 ‘조작기소특검법’을 선거 한 달 전쯤 ‘대담히’ 발의할 수 있었던 것도 ‘어차피 이기는 선거’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이완됐던 보수층을 선거 막판 강하게 결집시켰다. 결과는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의 패배. 반쪽짜리 승리였다.
민주당 한 충청권 의원은 “유권자에게 이재명 정부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내란 청산’이라는 철 지난 테이프만 돌린 탓”이라고 했다. 다음 선거는 총선이 있는 2028년에 치러진다. 지금의 정치 지형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2년 뒤 양 진영은 또다시 총결집할 것이다. 또다시 ‘51 대 49’ 싸움이다. 그리고 ‘입법권력’을 놓고 벌이는 이 싸움의 승리는 철 지난 구도 싸움에서 벗어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진영에 돌아갈 것이다. “눈과 귀를 가진 5000만 개의 거대한 지성체를 속일 수 없다”는 이 대통령의 복기처럼 2년 뒤 국민은 “다 보고 듣고 어느 순간 행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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