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협치·계승’ 스탠스… 김태흠 지사 예우하며 중도·실용 노선 채택
허태정, ‘고강도 검증·군기잡기’… 첫 보고 10분 만에 ‘끝’ 공직 긴장
상이한 선거 결과 탓 분석속 감정적 앙금도 작용… ‘복수혈전’ 우려도
대전=김창희 기자
6·3 지방선거가 끝나고 일주일여 지난 가운데 충청권 양대 광역자치단체의 정권 인수 작업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전임 도정의 성과를 아우르는 ‘실용과 통합’을 전면에 내걸어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반면,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은 ‘내란 잔재 청산’, ‘적폐 청산과 고강도 검증’을 앞세워 공직사회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충남 박수현, ‘힘쎈충남’ 안고 간다… 중도실용 가치 지향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의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인 ‘통(通)하는 충남 준비위원회’(위원장 이재관 의원)는 11일 공식 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도정 설계에 착수했다. 박 당선인 측의 인수인계 핵심 키워드는 ‘소통’과 ‘실용’이다.
화제를 모은 것은 내포신도시에 걸린 당선 사례 현수막이다. 박 당선인은 현수막에 “김태흠 지사님, 지난 4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으며 낙선한 경쟁자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양승조 전 지사의 ‘복지충남’과 김태흠 지사의 ‘힘쎈충남’을 모두 계승·확장하겠다는 유연한 주장을 거듭 펼쳤다.
이 같은 행보는 충남의 복잡한 선거 결과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자리는 민주당이 탈환했으나, 15개 시장·군수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10곳을 승리하는 등 균형을 이뤘다. 도민들이 보여준 ‘견제와 균형’의 표심을 존중하는 한편, 최근 중앙정치 무대에서 일어나는 ‘뉴이재명’, 중도실용 노선 기류에 발을 맞추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준비위는 사상 처음으로 개인정보를 제외한 실실국별 업무보고 전 과정을 실시간 중계하기로 했으며, 15개 시·군을 순회하는 타운홀 미팅을 통해 즉문즉답식 도정을 준비 중이다.
◇ 대전 허태정, 첫 업무보고 10분 만에 반려… 고강도 ‘복수혈전’ 예고?
반면 옛 충남도청사에 둥지를 튼 허태정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위원장 박정현 의원)는 민선 8기 이장우 시정에 대한 전면적인 청산과 고강도 검증을 예고하며 첫날부터 거친 파열음을 냈다.
11일 열린 인수위의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 허 당선인은 기획조정실 소관 보고를 받은 지 불과 10여 분 만에 자료 부실을 이유로 회의를 중단시키고 퇴장했다. 허 당선인은 “민선 8기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시 준비하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재보고를 명령했다.
앞서 9일 열린 인수위 출범식에서도 허 당선인은 “민선 8기 무리하게 추진된 사업과 재정 문제, 인사 전횡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완벽하게 청산하겠다”고 공언했으며, 박정현 위원장 역시 “민선 8기 적폐와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며 ‘적폐청산’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민선 8기 핵심 사업 20여 개를 타깃으로 삼아 현미경 검증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엇갈린 민의와 정치적 앙금… 대전 공직사회 ‘초긴장’
이처럼 대전에서는 충남과 정반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충남과 달리 대전 지방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완전한 압승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확실한 시정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전임 시장의 지우기 작업을 확실하게 매듭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장우 시장과 허태정 당선인 간의 깊은 정치적 앙금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 시장은 낙선 직후 소회 발표를 통해 “허 당선인에게 막걸리 회동을 제안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며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양자 간의 소통 채널이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인수위가 공무원 조직을 매개로 압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대전시 공직사회는 긴장감 속에 향후 불어닥칠 인사 및 조직 개편 태풍의 추이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온도 차의 배경에는 단체장 간의 ‘개인적 구원(舊怨)’도 자리 잡고 있다. 충남의 박수현 당선인과 김태흠 지사는 4년 전 선거에서 격돌한 적이 없어 상대적으로 정적 관계의 피로감이 덜하다. 반면 대전의 허 당선인과 이장우 시장은 4년 전 시장 자리를 두고 정면 대결을 펼쳤던 숙적이다. 당시 이 시장의 당선으로 허 당선인의 민선 7기 공과가 전면 배제당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공수가 바뀐 채 4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의 깊은 정치적 앙금이 이번 대전시 인수위의 ‘복수혈전’을 예고하는 실질적 동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방정가 관계자는 “충남의 우호적이고 통큰 인수 모델과 대전의 과거청산 모델 중 어느 쪽이 행정적 안정성과 정책 효율성을 먼저 확보할지가 민선 9기 초반 평가를 가르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압승을 거둔 대전의 경우 기세를 몰아 전임자를 확실히 손보겠다는 강경기조가 현재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 진단했다.
김창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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