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돈가스는 가장 친숙한 외식 메뉴 가운데 하나다. 많은 사람은 돈가스를 일본 음식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이름도 일본어인 ‘돈카츠’에서 왔고, 일본식 식당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돈가스의 역사와 이름을 살펴보면 의외의 사실이 드러난다.
‘돈카츠(豚カツ)’는 한자와 외래어가 결합된 말이다. 앞의 ‘돈(豚)’은 돼지를 뜻하는 한자어다. 반면 뒤의 ‘카츠’는 일본 고유어가 아니다. 서양 음식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 뿌리는 프랑스 요리인 ‘코틀레트(cotelette)’에 있다. 코틀레트는 원래 송아지나 양고기의 갈비 부위를 손질해 조리한 요리를 가리킨다.
19세기 후반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코틀레트가 일본에 소개됐고, 일본인들은 이를 ‘카츠레츠’라고 불렀다. 프랑스어 코틀레트와 영어 커틀릿(cutlet)의 영향을 함께 받은 표현이다. 이후 ‘카츠레츠’는 점차 줄어들어 ‘카츠’가 됐다. 따라서 돈카츠는 ‘돼지고기 카츠레츠’, 즉 ‘돼지고기 커틀릿’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에 들어온 서양식 커틀릿은 현지 사정에 맞게 변형되기 시작했다. 버터를 두른 팬에 고기를 지지던 유럽식 조리법은 기름에 푹 담가 튀기는 일식 덴푸라 기법과 접목됐다. 여기에 포크와 나이프 대신 젓가락으로 먹기 쉽도록 고기를 미리 썰어내는 방식이 더해졌고, 왜간장 바탕의 일식 돈가스 소스도 등장했다.
결정적인 변화는 1899년 도쿄의 서양식 음식점 ‘렌가테이’에서 일어났다. 기존의 얇은 소고기 커틀릿에서 벗어나 두툼한 돼지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겨내는 새로운 조리법이 등장했다. 이것이 현대 돈가스의 원형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결국 돈가스는 유럽에서 씨앗이 뿌려지고 일본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한 음식이다.
도서관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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