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인생파티 : 파티원 구함

노에미 볼라 지음│송섬별 옮김│문학동네

다음 달이면 작업실을 얻은 지 1년이 된다. 좁은 방이라서 컴퓨터 책상, 책장, 4인용 식탁을 겨우 놓았다. 평일에는 원고를 쓰거나 웹진을 편집하고, 주말에는 인근에 사는 어린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한다. 이전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셋과 방 세 개짜리 구옥에서 6년을 복닥거렸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또래의 동료들과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었다. 생일이 아니더라도 구실을 만들어 케이크에 초를 밝혔다. 그런데 혼자서는 어떨까? 쓸쓸함을 견디지 못해 얼마간 작업실 대신 카페로 출근했다.

노에미 볼라의 그림책 ‘인생 파티: 파티원 구함’에는 나를 닮은 애벌레가 모로 누워 있다. 너무 심심해서 가지고 있던 책을 모두 읽고, 수많은 양말의 짝까지 맞춰버렸다. 따분해 견딜 수 없던 애벌레는 마침내 결심한다. 이 무료함을 날려버릴 인생 최고의 파티를 열기로. 반짝이는 장식과 풍선으로 집을 꾸미고, 먹음직스러운 피자와 디저트를 양껏 꺼낸다. 준비는 다 되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건 바로 함께 놀 친구들이다. 차례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초대에 응하는 친구가 없다. 인터넷에 ‘손님 없이 파티하는 법’을 검색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 애벌레는 기다란 몸을 늘어뜨린 채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문득 활짝 웃어 보인다. “바로 이거야!”

친구를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애벌레가 찾아낸 방법은 무엇일까. 책장을 넘기는 순간 웃음이 터진다. 무엇을 상상하든 예상 밖의 장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애벌레의 모습은 아까 전과 달라 보인다. 벌리, 볼리, 빌리, 베리, 버비, 벌린이 늘어서 있다. 여섯 명의 친구들과 애벌레는 의기양양하게 파티를 즐긴다. 다 같이 밤새도록 춤도 추고 맛있는 것도 먹는다. 지쳐 곯아떨어질 때까지 신나게 논다.

소파에 길게 누운 애벌레, 아니 여섯 명의 친구들과 애벌레의 모습은 그 자체로 엉뚱하고 유쾌하다. 한 몸이기도 하고 일곱이기도 한 이들의 모습은 애벌레라는 존재의 생김새를 끝까지 밀고 나간 뒤에만 가능한 발상이다. 독자의 예상과 달리 뜻밖의 모습으로 ‘변신’한 애벌레는 익숙한 풍경을 뒤집고 유연한 상상력을 갖게 해준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힘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이 그림책에서처럼 평평한 몸을 부풀려 이미 내 안에 든 힘을 꺼내 보자. 고루한 일상을 전환의 놀이로 바꾸는 일. 인생 최고의 파티는 그런 순간에 시작되는 건지도 모른다. 48쪽, 1만6000원.

남지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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