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폴리오가 1981년에 발표한 번안곡 ‘웨딩 케익’을 들어보면 뜬금없다. 옛 애인의 결혼식 전날 창가에 웨딩 케이크를 두고 간다는 찌질한 설정도 그렇지만 원곡에선 식기세척기를 사 주지 못하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그렇다. 그래도 이 노래는 우리의 대중가요 곳곳에 등장하는 음식 중 서양 음식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새롭다. 대중가요의 역사를 살펴보면 메뉴판처럼 음식 노래가 펼쳐진다.

‘오빠는 풍각쟁이’란 노래의 제목엔 음식이 없지만 가사를 보면 불고기와 떡볶이는 누구나 탐내는 반찬이다. 반면에 오이지와 콩나물은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음식이다. ‘빈대떡 신사’는 당시의 빈대떡이 서민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서민 음식으로 여겨지는 짜장면이 god의 ‘어머님께’에서는 서로 양보하며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묘사된 것처럼 말이다.

음식을 전면에 드러낸 노래 중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노래는 ‘어머니와 고등어’다. 요즘은 귀해져 금값이지만 고등어는 오래도록 서민들이 쉽게 맛볼 수 있는 생선이었다. 그게 뭐라고, 이 가수는 고등어와 어머니를 끊임없이 관련지으며 마음을 뜨겁게 한다. 역시 국민 생선으로 취급되는 명태를 소재로 만든 강산에의 ‘명태’도 그렇다. 이 노래에는 명태에 대한 긴 서사까지 담겨 있어 노래가 곧 이야기가 된다.

젊은이들의 감성을 잘 드러낸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이나 비비의 ‘밤양갱’도 그렇다. 세월의 간격은 넓지만 달콤한 사랑의 느낌은 변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사는데 밥을 전면으로 내세운 노래는 드물다. 밥 대신 냉면, 라면, 짬뽕 등이 등장하지만. 말 중에 생명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음식과 관련된 말이다. 노래 또한 말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어머니께 고등어를 구워 드리고 식기세척기는 아니더라도 아내에게 줄 웨딩 케이크를 사 들고 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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