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를 제외하면 과거엔 환율 전광판을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항공·운송·관광 등 환율에 민감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거나 해외여행을 앞둔 사람, 유학생·주재원 등이 대부분이었다. 환율 변동의 일일 편차가 심하지 않기도 했거니와, 일상생활에서 환율이 직접 체감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입 가격을 통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해도 보통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반영됐다.
2026년 6월, 하루에도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원·달러 환율은 주가지수만큼이나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일단 일반인 통장에서 돈이 달러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늘었다. 학교·직장에서 필수품이 되다시피 한 해외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생산성 도구 중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서비스가 적잖다. 국내에서 유난히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해외 직구(직접 구매)도 부담이 커졌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미국 등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는 말할 나위도 없다. 국경 없는 디지털 경제의 단면이다.
외국산 AI는 원화로 결제하는 다른 서비스로 대체하고, 직구나 해외 투자는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고환율의 청구서는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 환율 상승의 구조적 원인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지목되는 만큼, 환율이 오를수록 중앙은행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자니 천문학적인 가계부채가 걱정이다. ‘영끌족’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월 상환액은 무거워지고,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고환율이 경제에 부정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 수출 기업들은 원화 약세로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같은 원리로 원자재·중간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비용 부담이 커진다. 고유가 인플레이션에 환율 상승으로 충격을 받으면서 생활 물가는 차례로 뛰고, 내수 경기는 더 얼어붙는다. 그 부담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일수록 무겁게 지게 된다.
지난해 ‘환율이 국격’이라는 한 친여 성향 네티즌의 발언이 인구에 회자됐다. 네티즌이야 그럴 수 있다고 하자. 최근엔 고환율이 “성공의 비용” “도약의 마찰음”이라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나왔다. 높은 환율이 성공의 비용이라면 그 비용은 누가 감당하나. 개인의 일상을 내리누르는 고환율의 무게를 안이하게 본 것 아닌가.
조재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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