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 한국국가전략학회 회장, 전 국방대 부총장
최근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6·25전쟁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소개한다는 명분으로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는 중국 측의 용어를 교육 프로그램에 담으려다가 언론에 보도되자 중단한 일이 있었다. 사안의 본질은 단순한 용어 소개의 실책이 아니다.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엄연한 역사적 사실과, 중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급조한 ‘항미원조’라는 왜곡된 서사를 대등한 관점인 양 병렬 제시했다는 점이 문제다. 6·25전쟁은 김일성이 스탈린의 승인과 마오쩌둥(毛澤東)의 지원을 받아 대한민국을 불법 기습 침공해 발발했다. 이는 국제사회가 공인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를 ‘미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으로 규정하며 정치적 서사를 고착화해 왔다. 특히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의 교과서와 공식 담론은 중국군이 유엔군과 교전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전쟁을 오직 미·중 대결로만 축소 기술함으로써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북한 역시 6·25전쟁의 책임을 전면 부정해 왔다. 개전 직후부터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의 북침에 대한 반격’이라는 허구의 논리를 유포했고, 오늘날까지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고 있다. 북한은 3대 세습 체제를 정당화하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6·25전쟁을 악용하며, 반미·반한 의식을 체제 유지의 핵심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은 무모한 핵무장을 ‘미국 침략 억제용’이라고 기만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전술핵 개발과 함께 한국의 주요 군사시설 및 핵심 기반시설을 선제 핵 공격 대상으로 상정하는 교리를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헌법에 핵보유국 지위를 명시했고,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공식 선언했다. 이는 유사시 한국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데 따르는 정치적·윤리적 부담을 털어내겠다는 위험천만한 의도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가장 중대한 안보 위협은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이를 기반으로 한 강압 전략이다. 북한은 재래식 기습공격 후 전술핵 사용 위협으로 배수진을 치며 전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고착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북·러·중의 전략적 연대가 6·25전쟁 시기 못지않게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북·러 군사동맹을 한층 더 확대하고, 중국 역시 북한 체제의 전략적 가치를 철저히 두둔하고 있다. 과거 전쟁을 도발했던 ‘김일성·스탈린·마오쩌둥’의 삼각 구도가 오늘날 ‘김정은·푸틴·시진핑’으로 재현되는 현실은 간과할 일이 아니다.
6·25전쟁 발발 76주년을 앞둔 지금,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타협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과 엄중한 안보 교훈이다. 대한민국은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수한 희생을 치렀으며, 그 위대한 토대 위에서 번영을 이룩했다.
따라서 6·25전쟁의 본질을 정확히 기억하고 계승하는 일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 안보를 담보하는 출발점이다. 군은 북한의 핵 위협과 기습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철저한 경계태세와 조기경보 능력, 압도적인 대량응징보복 능력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확장억제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도 실질적인 전쟁 억제력 강화로 연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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