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1986년 이후 우리나라 민주화를 이끌던 86세대가 정치권을 주도하면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무능이나 횡포에 대한 비판조차 모두 보수 군사독재의 옹호로 치부된다. 그래서일까? 선거관리 부실로 촉발돼 젊은 세대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잠실 사태도 86정치인들은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잠실 민주화운동’은 1986년 이후 김영삼 정권을 포함, 이른바 민주화 정권 22년의 사회적 결과라는 점에서 86정치인들은 이제 이에 응답해야 한다.

첫째, 민주주의는 86정치인들에게도 절차적 민주주의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으며 민주적 선거에 의해 구성된다. 하지만 투표용지가 없어 정당한 선거권조차 행사하지 못한 것은 치명적인 절차적 하자이며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인사 파동, 감사 회피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민주화의 역꾼이라고 자칭하는 86정치인들은 이를 오래 방치했을 뿐 아니라, 정당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이번 주장마저 외면하고 있다. 민주화 세력이 정체성을 상실하고 기득권화했음을 보여준다.

둘째, 민주주의는 사회 현실 속에서 지속가능한 형태로 완성된다. 하지만 86정치인들은 유럽에서 보듯이 젊은 세대의 인구 비중이 턱없이 낮은 초고령사회에서 지속가능성이 없는 복지국가를 우리의 ‘미래’로 여기면서, 그 부담은 교묘하게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에 전가(轉嫁)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각종 복지재정도 개혁 없이 조용히 떠넘겨지고 있다. 특히, 86정치인들의 업적인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독재를 막는 데 기여했지만, 임기 내 효과를 내는 단기정책을 주로 추진하게 했다. 그 결과 초고령사회나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한 장기적 개혁 과제는 은폐되거나 미뤄졌다.

집값 폭등을 초래한 주택정책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서울·경기에서 집조차 장만하기 어렵겠다는 좌절감을 젊은 세대에 안겨준 지 오래이며, 컨트롤타워도 없이 추진되는 이민정책 또한 사회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본격 AI 시대에 대비한 산업정책도 신성장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젊은 세대의 일자리는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다. 교육정책 또한 다른 나라에서는 박사를 마칠 나이에 군복무를 포함, 학부를 겨우 졸업하게 되는 현행 제도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미래세대에 떠넘겨질 것이다. 86정치인들은 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치며 인구 증가의 기득권을 오롯이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그런 민주화된 사회가 자신들에게 ‘희망조차 상실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절규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잠실 민주화운동의 배경이다.

셋째, 민주주의에는 본질적으로 미래세대의 대표권이 없다. 17세 이하뿐만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미래세대의 참정권은 어디에도 없다. 86정치인들의 민주주의는 인구 구성상 실은 기성세대를 위한 가짜 민주주의일 가능성이 크다. 젊은 세대가 잠실에 모여드는 것은 당리당략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86정치인들을 기득권화한 보수 세력이라고 타자화시키는 것이며, 자신들이 미래세대를 포함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세력으로 우뚝 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제, 86정치인들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할 때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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