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1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역대 최대인 624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출된 규모가 3750만 명 분에 이르는 데다, 개보위의 접속기록 보전 명령에도 5개월 분의 웹 접속 로그를 삭제한 정황이 가중 처벌의 사유로 작용했다. 유사한 사고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소홀히 하면 기업의 뿌리까지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모든 기업에 던지는 강력한 경고장이다.
하지만 형평성에 맞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2324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SKT에 대해 1347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카카오페이가 4000만 명의 고객 정보를 중국 알리페이에 넘긴 사건에 59억 원의 과징금을 매긴 것과도 대비된다. 연 매출액에 연동했다고 해도 쿠팡의 지난해 영업이익(6790억 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과도한 과징금은 외국 기업의 한국 진출을 막는 ‘규제 포비아’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엇박자를 내는 것도 문제다. 유럽이 미국 빅 테크인 메타와 아마존 등에 천문학적 과징금을 매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일본 등은 과징금에만 의존하기보다 집단소송과 민사적 합의 등을 조합해 소비자를 보호한다. 최근 선진국 법원들은 구체적인 물질적·정신적 손해뿐 아니라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다는 사실’도 피해로 인정하는 추세다.
쿠팡이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않고 대미 로비에 매달린 건 문제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김범석 의장 동일인 지정에 이어 개보위의 징벌적 과징금이 한·미 통상 마찰을 위험수위로 끌어올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 의회는 “중국의 알리·테무와 비교해 미 상장사인 쿠팡에 대한 차별이자 마녀사냥”이라며 보복 관세도 거론한다. 쿠팡은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향후 법원의 판단 과정에서 고의성 여부와 과징금의 적절성 등을 엄정히 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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