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비위 사례들은 선관위 조직 전체가 엉망진창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오죽하면 김민석 국무총리가 11일 관계장관회의에서 “선관위가 이런 식이라면 해체돼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틀림없이 있다”고 말했겠는가. 개표 오류, 명부 누락, 투표용지 배분 시스템 부재 등 총체적 부실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다. 더 근원적 문제는, 선관위에 대한 국민 신뢰가 파탄났다는 점이다. 헌법기관이라는 방패 뒤에서 무능과 방만, 비리 등으로 얼룩져온 선관위를 즉각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은 “송파구 전체로 보면 투표용지가 4만2000여 매 남았다”며 “분배에 실패한 것이 뼈아픈 실수였다”고 말했다. 선관위 자체 진상규명위의 조현욱 위원장은 “용지 부족 사태를 예견한 매뉴얼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북교육감 선거에선 개표 결과가 중복 반영돼 유권자 1104명의 투표 결과가 빠지는 황당한 실수가 있었는데, 중앙선관위에 뒤늦게 보고했다고 한다. 경기교육감선거에서도 2건의 개표 오류가 확인됐다. 선관위가 이 지경까지 된 것은 2022년 대선 ‘소쿠리 투표’, 2023년 친인척 특혜 채용 비리 등을 거치며 개혁 기회가 있었지만, 흐지부지 넘어갔기 때문이다.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헤치고 해체에 준하는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직원 3000명에 인건비만 한 해 2400억 원에 달하는 방만한 조직부터 대폭 줄여야 한다. 선관위를 거대한 상설조직으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 중앙선관위 조직을 효율화하고, 17개 시도 선관위는 최소한의 인원만 상근하며, 구시군(255개), 읍면동(3555개) 선관위 등은 통폐합하거나 없애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선거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이양하는 미국·독일·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SNS 발달과 선거운동 변화 등에 맞춰 불법 선거운동 단속 주체와 방법도 전면 쇄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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